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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시간이 빚어낸 마술…'보이후드'

최종수정 2014.10.25 09:00 기사입력 2014.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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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 엘라 콜트레인 주연

보이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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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And everything you do, they were all yellow...'

콜드플레이의 '옐로(Yellow)'가 흘러나오고 카메라는 이윽고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여섯 살 '메이슨'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다. 노래 가사처럼 하늘에 별은 없지만, 소년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일어날 세상의 모든 일들이 소년에게 우호적으로 펼쳐질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소년이 조금씩 성장해가며 울타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까지의 대서사시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영화 '보이후드'에는 12년의 세월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6살 '메이슨'이 18살이 될 때까지의 영화적 시간은 실제 물리적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2년에서부터 2013년까지 제작진과 배우들은 해를 거르지 않고 매년 한 번씩 만나 약 15분 정도의 분량을 3~4일간 찍어나갔다. 이 결과로 관객들은 한 소년의 성장기를 165분의 시간 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행운을 얻게 된다. 이토록 놀라운 프로젝트를 진행한 감독은 세상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의 마법을 스크린 에 구현해낸 '비포' 시리즈('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의 그 감독 말이다.

스크린에서 시간의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준 배우는 '메이슨(엘라 콜트레인 )'과 그의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엄마(패트리샤 아케이트), 아빠(에단 호크) 등이다. 이혼한 아빠는 정기적으로 '메이슨'을 만나러 오고, '메이슨'은 억척스러운 엄마를 따라 누나와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닌다. 알콜 중독자 의붓아버지를 만나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셔 보고, 예쁜 여학생의 쪽지도 받아본다. 그렇게 메이슨의 일상은 쌓이고 쌓여서 세월을 만들어낸다. 영화가 끝날 무렵, '메이슨'과 '사만다'는 어른의 문턱에 와있고, 어른들은 부쩍 주름이 늘었다.

보이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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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전학, 형제간의 싸움, 시험, 이사, 첫사랑, 파티, 캠핑 등 평범하지만 누구나 겪을 법한 통과의례의 순간들. '메이슨'의 성장기를 지켜보면 또 한 번 시간이 가져다준 경이로움과 환희를 느끼게 된다. 특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를 위해 공부를 하고, 학위를 따고, 재혼과 이혼을 반복하던 엄마가 결국 '메이슨'을 품에서 떠나보내면서 공허함을 호소하던 장면은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공감할 대목이다. 그래도 더 큰 세상으로 한 발 내딛은 ' 메이슨'이 "시간은 영원해, 늘 지금이 순간이 된다"고 말할 때, 문득 우리 인생이 얼마나 유한한지, 그래서 얼마나 더 소중한지를 되려 깨닫게 된다.
영화에 자연스럽게 담겨있는 시대상황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해리포터'에 열광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관심사를 옮겨가는 장면이나, 2008년 대선 후보자였던 오바마의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다니는 장면,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가족들이 경제적 고충을 떠안게 된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콜드플레이로 시작해 캣파워, 플레이밍 립스, 밥 딜런, 아케이드 파이어, 고티에 등으로 이어지는 플레이어 리스트는 이 영화를 음악영화로 봐도 손색이 없게 만든다. 아버지가 아들의 생일을 맞아 자신이 직접 편집한 비틀즈 앨범을 선물하면서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야."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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