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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비틀즈·라디오헤드·그린데이에 얽힌 경제사…'팝, 경제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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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1930년대 경제공황기부터 2000년대 세계 금융위기까지

팝, 경제를 노래하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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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여기 미국 캘리포니아를 주제로 한 두 유명한 노래가 있다. 하나는 마마스앤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고, 다른 하나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이다. "만약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다면 편안하고 따스할텐데. 이 추운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라고 노래하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1960년대 풍요로운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망가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 뒤에 발표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는 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캘리포니아 호텔에 온 걸 환영해. 너무나 사랑스럽고 환상적인 곳이지. 캘리포니아 호텔엔 방이 많아. 1년 내내 아무 때나 방이 있어"라고 얘기하는 이 노래는 아메리칸 드림, 그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두 노래가 같은 장소를 두고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보이는 데는 경제적 배경 때문이다. 마마스앤파파스가 활동하던 1960년대는 그야말로 황금시대다. 특히 따뜻한 기후, 작열하는 태양, 아름다운 해안, 이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산업, 활짝 열린 고용시장 등 캘리포니아는 긍정과 낙관, 쾌락의 대표적인 도시였다. 이에 맞춰 서핑 뮤직이 발달했고, 베이비붐 세대들은 마음껏 풍요를 누렸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르주아적 가치에 도전하는 히피문화 역시 움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0년대가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베트남전의 실패와 높은 실업률, 갑작스런 경기후퇴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했다. 1976년 발표된 '호텔 캘리포니아'는 "캘리포니아로 대표되는 미국의 뒤안길을 쓰라리게 해부한 노래"가 됐다.
신간 '팝, 경제를 노래하다'는 이처럼 우리가 즐겨듣던 팝 음악에 어떠한 경제적인 맥락이 숨어있는지 들려준다. 범위는 1930년대 경제공황기부터 2000년대 세계금융위기까지다. 예를 들어 '비틀즈'의 탄생에는 1960년대 불경기의 영국 경제란 배경이 있다. 리버풀의 가난한 노동계급 후손인 비틀스는 초기 히트곡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란 노래에서 "돈이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거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라고 노골적으로 외친다. 당시 영국은 10%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저생산성, 잦은 노사갈등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징집제마저 폐지돼 갈 곳 없는 청년들이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받아들였던 것이 바로 미국 로큰롤 음악이다. 비틀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비틀즈는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어(Can't buy me love)'라고 노래하며 한결 여유로워진 태도를 보인다.

이밖에도 알고 들으면 더 재밌을 이야기와 노래가 많다. 1970년대 경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을 당시, 미국에서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젊은층들 사이에서 디스코 열풍이 일었다. 존 트라볼타 주연의 '토요일 밤의 열기'가 그 기폭제가 됐다. 반면 영국에서도 비슷한 경제 상황이었지만 유행했던 음악은 전혀 달랐다. 현실에 대한 저항과 분노는 펑크록의 인기로 이어졌고, 그 대표곡이 바로 섹스 피스톨스의 '영국의 무정부상태(Anarchy in the UK)'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도 록 음악은 불황의 시대마다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대변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X세대들은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을 틀었고,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나 그린데이는 '네 적을 알라(Know your enemy)'며 분노를 표출한다.

저자는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이다. 주로 영국과 미국의 팝송을 중심으로 총 72곡의 주요 가사 부분을 원어와 함께 번역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미 알고 있는 노래도 다시 찾아서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IMF시절의 가요계 흐름,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강남 스타일' 등 중간 중간 한국의 경제상황과 대중음악 이야기 역시 흥미를 끈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 / 임진모 / 아트북스 / 1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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