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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신문 읽는 탱화 속 부처…'세상을 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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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지혜_ 장지에 채색ㆍ금박, 130 x97cm_2014

석가모니-지혜_ 장지에 채색ㆍ금박, 130 x97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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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붉은 가사를 입고 연꽃 좌대 위에서 선몽(禪夢)에 빠진 석가모니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 금빛 두광 너머의 바탕은 왠지 어수선하다. 자세히 보니 신문이다. 서울 싱크홀 공포, 물난리 민생현장으로, 어금니 깨물며 참고 대화, 고이즈미 넘으려는 아베……. 심난한 한국의 실정들이다. 그래도 흔들림 없이 제 길을 가는 달팽이가 부처 앞에서 가행정진(加行精進)의 본을 보여준다.

달빛 닮은 광배를 배경 삼은 관음보살이 뒤집어 가라앉은 배와 무고한 영혼들을 묶어 끌어 올린다. 그 줄엔 노란리본이 매달려 나부낀다. 세월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수월관음의 모습이다. 물속에 비춘 달빛처럼 고난에 빠진 중생을 안락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자비의 보살상이다.
석가모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위스님의 탱화들이다. 21세기 부처가 수퍼 히어로로 다시 찾아온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무위스님은 "이번 그림은 고려 불화의 정통을 근간으로 했지만 종교적인 관점이라기 보다는 일반 대중들이 알 수 없는 경전과 불교적 코드를 위트를 가미해 현대적인 개념의 새로운 탱화를 탄생시키고자 노력했다"며 "경전 속에 잠든 부처님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향해 먼저 손을 건네는 친숙한 초월자’의 모습으로 재해석했다"고 소개했다.

무위, 수월관음도-진의, 천에 채색ㆍ금박, 188×108cm, 2014

무위, 수월관음도-진의, 천에 채색ㆍ금박, 188×108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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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TO NOTHING'이라는 이번 전시는 무위스님의 작품 총 15점이 출품됐다. 6점은 100호 상당의 큰 작품이다. 작품들은 크게 '진의, 지혜, 진리, 회환'이라는 4개의 불교적 카테고리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무위스님의 그림은 어느덧 탱화라는 장르를 넘어 편안하게 읽혀진다. 이것은 소위 작가의 필력이라 할 수 있는 정치(精緻)한 힘에서 비롯된다"며 "상들이 자리 잡은 구도는 정연하고 안정적이며 인물의 얼굴과 자세 등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집요하게 마감돼 있다. 색 배합은 전통적인 홍색과 녹색, 황색을 살렸으나 전체적인 배합은 모던하며 위트 있는 표현법들은 젊은 관객들의 시선까지 사로 잡으며 탱화라는 장르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무위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불국사승가대학을 2010년에 졸업했으며, 2011년 비구계를 수지했다. 현재 전통불교의 탱화 기법을 현대화하는 작품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전시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피아룩스갤러리. 02-732-9905.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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