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고바우가 바라본 우리 현대사'‥권력에도 굴하지 않은 붓의 정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현대사의 대변인' 김성환 화백의 특별전 '고바우가 바라본 우리 현대사'가 7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작품은 작년 박물관이 수집한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영감을 소재로 한 원화와 풍속화 200여점이다.
김성환 화백

김성환 화백

AD
원본보기 아이콘

고바우 영감은 1950년 육군 본부 발행 '사병만화'에서 첫 등장한 이후 1955년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을 거치며 2000년까지 45년간 1만4139회 연재된 최장수 시사만화다. 초기 고바우 영감은 4칸, 8칸, 12칸 등으로 수록돼다 4칸 시사만화로 정착, 풍자와 해학으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를 다뤄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바우영감을 시사만화가 아닌 원화로 만날 수 있으며, 김 화백의 풍경화도 감상할 수 있다. 고바우 영감은 인기가 높던 시절, 명칭이 같은 가게와 상품이 출시되고 관련 연구 및 기사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곧잘 게재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9년 10월26일 이후 신군부의 언론탄압으로 신문에 게재하지 못한 작품 54점도 최초 공개된다. 특히 원화를 통해 진보당사건, 장충단테러사건, 3.15 부정선거, 남북공동성명, 장영자사건, 6월 항쟁, 6.29선언 등 역사적인 사건이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 양아들 행세를 하고 다녔던 '가짜 이강석 사건'을 빗댄 동아일보 1958년 1월23일자 '경무대 똥지게 사건', 군부의 언론 검열을 비판한 같은 신문 1961년 5월24일자 '엿장수 가위질, 1975년 1월31일 동아일보 기자의 백지광고를 지지한 '동아일보 언론자유 수호 격려 만평' 등 사건필화도 볼 수 있다.
1부, 고바우 이야기

1부, 고바우 이야기

원본보기 아이콘

2, 3부, 고바우와 한국 현대사, 고바우와 아카이브

2, 3부, 고바우와 한국 현대사, 고바우와 아카이브

원본보기 아이콘

김 화백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급거 귀국, 전시회를 돌아보며 "내 작품을 전시 공간에서 한꺼번에 만난 적은 처음"이라며 "오랫동안 고바우를 사랑해준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70년대 남해지국장으로부터 '고바우영감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섬에서 배를 끌고 와 신문 한부를 소중히 가지고 가는 어부가 있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적 있다"며 가장 기억할만한 독자라고 꼽았다. 그 어부는 얼마전까지 멸치며 마른 미역을 보내줄 정도로 고바우를 깊이 사랑해줬다고 술회했다.
김 화백은 여러 필화사건 및 구금, 연행 등 갖은 고난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김 화백은 "74년 어느날 '시경 사찰과'로 끌려갔을 때 반말로 조사에 임했더니 돌연 미친 거 아니냐며 한대도 안 때려서 의아한 적 있다"고 고백했다. 당시 뉴스위크 등 외신기자들이 김 화백 연행 사실을 알고 취재 중이라서인지 곱게 돌려보냈다고 털어놓았다. "나도 한대라도 밎고 싶었지. 학생들이 잡혀가고, 편집국장 등 언론인들이 날마다 고초를 받는 시기였거든. 심심찮게 잡혀다니면서도 안 맞으니께 더 이상한거야. 외신도 몰려든 판에 나도 맞았다고 말이라도 할라치는데 전혀 안 때려서 그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지."

김 화백은 "고바우영감은 6.25 당시 피난처에서 50여일동안 200여 인물을 구상한 가운데서 나온 캐릭터"라며 "당시 50대로 설정한 사람이 50년이 지나도록 그 나이로 살아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초기 고바우 영감은 몸집이 있으며 한가닥 머리카락에 콧수염을 기르고 간혹 중절모를 썼다. 60년 이후 중절모를 벗은 대신 무표정에서 머리카락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독툭한 표현법을 담았다. 화날 때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방식 등으로 풍자, 해학을 담고, 현실을 비판하는 등 서민들의 애환과 역사적 사건을 그렸다.
김성환 화백의 풍경화. 그림속에서도 신문을 든 고바우영감이 숨어 있다. 70년대 서울의 모습.

김성환 화백의 풍경화. 그림속에서도 신문을 든 고바우영감이 숨어 있다. 70년대 서울의 모습.

원본보기 아이콘

이용석 박물관 연구관은 "시사만화 고바우영감은 단순히 시사만화를 넘어 우리 현대사를 반영, 조망하고 있는 특기할만한 자료"라며 "오랫동안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전시회는 총 4부로 ▲ 1부, 고바우 이야기 - 고바우 캐릭터의 탄생과 변천, 고바우영감에 등장한 캐릭터 유형 등 고바우영감 관련 기록 ▲ 2부, 고바우와 한국현대사 - 고바우 시선으로 본 1955∼2000년까지의 한국 현대사 ▲ 3부, '고바우와 아카이브' - 7700여점의 원화작품을 수록한 미디어 체험 ▲ 4부,고바우와 김성환 - 김 화백의 다양한 만화작품과 저서, 관련 파생 콘텐츠 등을 구성했다.
김왕식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정신과 시대 공감, 사회문화사적 가치를 조망, 현대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