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영감은 1950년 육군 본부 발행 '사병만화'에서 첫 등장한 이후 1955년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을 거치며 2000년까지 45년간 1만4139회 연재된 최장수 시사만화다. 초기 고바우 영감은 4칸, 8칸, 12칸 등으로 수록돼다 4칸 시사만화로 정착, 풍자와 해학으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를 다뤄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바우영감을 시사만화가 아닌 원화로 만날 수 있으며, 김 화백의 풍경화도 감상할 수 있다. 고바우 영감은 인기가 높던 시절, 명칭이 같은 가게와 상품이 출시되고 관련 연구 및 기사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곧잘 게재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9년 10월26일 이후 신군부의 언론탄압으로 신문에 게재하지 못한 작품 54점도 최초 공개된다. 특히 원화를 통해 진보당사건, 장충단테러사건, 3.15 부정선거, 남북공동성명, 장영자사건, 6월 항쟁, 6.29선언 등 역사적인 사건이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 양아들 행세를 하고 다녔던 '가짜 이강석 사건'을 빗댄 동아일보 1958년 1월23일자 '경무대 똥지게 사건', 군부의 언론 검열을 비판한 같은 신문 1961년 5월24일자 '엿장수 가위질, 1975년 1월31일 동아일보 기자의 백지광고를 지지한 '동아일보 언론자유 수호 격려 만평' 등 사건필화도 볼 수 있다.
김 화백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급거 귀국, 전시회를 돌아보며 "내 작품을 전시 공간에서 한꺼번에 만난 적은 처음"이라며 "오랫동안 고바우를 사랑해준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70년대 남해지국장으로부터 '고바우영감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섬에서 배를 끌고 와 신문 한부를 소중히 가지고 가는 어부가 있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적 있다"며 가장 기억할만한 독자라고 꼽았다. 그 어부는 얼마전까지 멸치며 마른 미역을 보내줄 정도로 고바우를 깊이 사랑해줬다고 술회했다.
김 화백은 "고바우영감은 6.25 당시 피난처에서 50여일동안 200여 인물을 구상한 가운데서 나온 캐릭터"라며 "당시 50대로 설정한 사람이 50년이 지나도록 그 나이로 살아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초기 고바우 영감은 몸집이 있으며 한가닥 머리카락에 콧수염을 기르고 간혹 중절모를 썼다. 60년 이후 중절모를 벗은 대신 무표정에서 머리카락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독툭한 표현법을 담았다. 화날 때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방식 등으로 풍자, 해학을 담고, 현실을 비판하는 등 서민들의 애환과 역사적 사건을 그렸다.
이용석 박물관 연구관은 "시사만화 고바우영감은 단순히 시사만화를 넘어 우리 현대사를 반영, 조망하고 있는 특기할만한 자료"라며 "오랫동안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전시회는 총 4부로 ▲ 1부, 고바우 이야기 - 고바우 캐릭터의 탄생과 변천, 고바우영감에 등장한 캐릭터 유형 등 고바우영감 관련 기록 ▲ 2부, 고바우와 한국현대사 - 고바우 시선으로 본 1955∼2000년까지의 한국 현대사 ▲ 3부, '고바우와 아카이브' - 7700여점의 원화작품을 수록한 미디어 체험 ▲ 4부,고바우와 김성환 - 김 화백의 다양한 만화작품과 저서, 관련 파생 콘텐츠 등을 구성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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