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궁내청은 최근 히로히토 일왕의 생애를 기록한 ‘쇼와(昭和)천황실록’을 완성해 언론에 공개했다. 이 전기는 모두 1만20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고 61권으로 간행된다.
교도통신과 메일온라인 등에 따르면 궁내청이 지난달 9일 공개한 이 전기는 히로히토 일왕이 2차대전과 진주만 공격에 대해 경고하려 했다고 전한다. 히로히토 일왕은 1941년 진주만 공격에 대해 “자멸적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기는 또 그가 1939년 7월 이타가키 세이시로(板垣征四郞) 육군대신에게 독일과 동맹을 강화한 군부의 성향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고 쓰여 있다.
빅스 교수는 히로히토 일왕은 1931년 일본군의 만주침공을 막지는 못했지만 1937년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침략을 승인했고 중국 내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을 통제했으며 1941년 미국 진주만 공습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비판의 근거로 들었다.
책 ‘히로히토와 근대 일본의 형성’을 쓴 빅스 교수는 이는 자신만의 시각이 아니라며 월간 문예춘추(文藝春秋)가 의견을 받은 세 작가 역시 이 전기가 중대한 사실을 빠뜨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도 가즈토시, 호사카 마사야스, 이소다 미치후미 등 세 저자의 견해는 문예춘추 10월호에 게재됐다.
히로히토 일왕은 총리가 내각의 결정에 대한 승인 요청을 받기 전 단계에서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체제에서 움직였다고 빅스 교수는 강조했다. 히로히토 일왕이 막후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그가 보고된 조언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는 변명의 구실이 됐다.
빅스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 晉三) 정부가 국가적인 자부심을 고취하는 작업을 벌이며 일왕의 지위 격상을 추진한다며, 새 전기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빅스 교수는 일본의 유력 신문사로부터 실록 발췌문을 읽고 논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히로히토 일왕의 2차대전 중 역할과 책임은 논할 수 없다는 조건이 달려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차대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시 행위에 대해 전면적인 성찰에 나선 적이 없다면서 일본은 오히려 전쟁 책임을 간과하고 왜곡해 왔다고 비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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