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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윗사람이 된다는 것(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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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으로 살던 대부분의 시절엔, 윗사람이 되는 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어리석다는 것을 정작 윗사람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윗사람이 된다는 일은, 아랫사람 위에 폼잡고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의 분발과 창의를 먹고 살아야 하는 자리에 앉는 것이다. 무척 피곤하고 성가신 일일 수 밖에 없다.
튀어나가고 삐뚤어지는 후배들을 단호히 심판하는 쪽이 아니라, 그런 행위들을 인내하며 헤아려 다시 스스로 마음을 세우도록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일들도 보람은 있으며 성취감도 물론 있다. 그런 일을 하는 까닭은, 인성이 성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이 이뤄야할 어떤 목표를 위해 아랫사람의 능동적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되는 일은, 공적인 욕망을 위해 아랫사람의 개인적인 욕망을 활용하는 일에 더욱 깊이 개입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고 과정과 결과를 살피는 통찰이 따라오기도 한다.

흐름을 만들어내고 조직의 성취를 이뤄내는 일의 보람은, 작은 역할에서의 보람보다 좀 더 큰 경우가 많다. 그게 윗사람 하는 맛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윗사람 노릇은 고독하다. 그는 아랫사람을 다독이고 살펴야 하지만 그의 고독을 다독이고 살펴주는 사람은 없다. 아랫사람은 윗사람만 쳐다보는 편이지만, 윗사람은 사실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인지 모른다. 때로,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허기와 허망이 찾아오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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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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