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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따끔하지만 따뜻한‥지금 꼭 필요한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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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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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당신은 진실과 국익 중 무엇이 우선입니까?"

사회에서 영향력을 지닌 이들 중, 이러한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화 '제보자'는 계속해서 진실이 외면 당하는 게 옳은 일인지를 묻는다. 이는 극중 윤민철 PD의 외로운 외침임과 동시에 관객들을 자아성찰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알려진대로 '제보자'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스캔들을 모티브로 했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도 언급하듯이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픽션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사건과 연관지어 생각지 않을 수 없지만, 제작진은 이를 지양하고 있다.

'제보자'는 특별한 소재로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지만, 결코 자극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진실이 가려지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는 대중들과 각종 로비에 휘둘리고, 사실보다 편파 보도에 집중하는 언론들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 권력에 강력한 일침을 가한다.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통해 휴머니즘적 시선을 보여주며 호평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이 사회의 문제점을 따끔하게 꼬집지만,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인간을 따스하게 끌어안아준다.
처음 이 작품의 연출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였다는 임 감독은 "진실여부를 가리는 기획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제보자와 언론인이 초점이라면 내 기존 영화와의 맥을 맞출 수도 있고 그런 측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보자'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무겁고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섬세한 연출력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도 충족시키며, 위트 있는 대사들이 가볍지 않은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어떤 역을 맡든 자기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박해일은 외압에 물러서지 않는 윤민철 PD 역을 맡아 감동을 선사한다. 강인한 집념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언론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사건을 함께 파헤치는 후배로 등장한 송하윤의 통통 튀는 연기 또한 매력적이다.

이경영은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이장환 박사를 연기했다.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역할이고, 일각에서는 '후폭풍'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는 영화가 지닌 힘과 감독에 대한 신뢰로 작품에 참여했다.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박사의 이중적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유연석은 한 아이의 아빠이자 용기 있는 제보자 심민호로 출연해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다. 성숙한 연기로 캐릭터가 지닌 혼란과 갈등을 그려냈다. 그의 아내로 등장한 류현경 역시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연구원으로서의 의무와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며, 아픈 딸을 둔 엄마로서 깊은 모성애도 함께 보여준다.

'제보자'는 진실이 지닌 가치와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부드럽지만 힘 있는 작품. 생동감 넘치는 영상들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봉은 오는 10월 2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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