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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길 한 굽이 돌면 저 곳에 가을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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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길 운치사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한 굽이 한 굽이 내려서면 자작나무숲에 설레고, 길손을 반기는 푹신한 낙엽에 가을내음이 듬뿍 묻어있다.

고랭길 운치사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한 굽이 한 굽이 내려서면 자작나무숲에 설레고, 길손을 반기는 푹신한 낙엽에 가을내음이 듬뿍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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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길이 시작되는 휘닉스파크 부근 양두구미재(태기산)에서 마주한 평창의 새벽은 가슴이 떨릴정도로 아름답다. 숲을 헤치며 펴지는 빛이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듯 하다.

고랭길이 시작되는 휘닉스파크 부근 양두구미재(태기산)에서 마주한 평창의 새벽은 가슴이 떨릴정도로 아름답다. 숲을 헤치며 펴지는 빛이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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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새벽녘의 숲이 안개에 휩싸인다. 고랭길에서 마주한 새벽빛은 달콤하고 싱그러운 향기를 담고 있다. 어느새 몰려온 붉은 물결에 숲은 화들짝 놀라 빛 그림을 그려낸다. 대지를 깨우는 새벽내음에 온 몸이 쫘르르~떨려온다. 숲 너머 메밀꽃향을 듬뿍 담은 바람이 볼을 스친다. 가슴이 울렁인다. 이제 가을사랑이 시작되나 보다.

이맘때의 평창은 향기롭다. 봉평들녘을 하얗게 수놓은 메밀꽃향이 그렇고, 40년동안 꼭꼭 숨겨뒀다 살포시 공개한 대관령 하늘목장의 싱그러운 초록물결 또한 그렇다. 그 뿐인가. 월정사 천년의 숲의 바람결엔 솔 향이 듬뿍 묻어난다. 태기산을 품고 봉평 효석문학의 숲으로 이어지는 고랭길은 걷는 맛에 향기가 가득하다. 특히나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탄생한 '문학의 고향'에서 걷는 길이란 더 설명을 해서 무엇하리.

고랭길은 해발 700m 이상 고랭지(高冷地)인 평창의 특성을 살려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봉평장이 서는 날에 면온에서 봉평으로 가기 위해 장돌배기가 넘던 길이자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였다. 또한 조선전기 사대문인 양사언이 팔석정을 명명할 때 드나들던 길이다.
고랭길

고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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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길은 휘닉스파크 앞에서 시작해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기는 길로 봉평 장터까지 이어진다. 중간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완만한 숲길이라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휘닉스파크 골프장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숲에 든다. 숲길은 시원스럽게 뻗은 소나무와 참나무 사이로 관목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수십 년 묵은 아름드리 거목들이 곳곳에 자리한 길을 걸을때면 강원도 산골 오지의 자연미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아직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엔 이른감이 있지만 단풍나무, 박달나무, 고로쇠, 물푸레나무 등 활엽수들의 길 동무에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길섶으로는 쑥부쟁이, 물봉선화 등 이름없는 야생화들이 반갑게 피어있다.

최일선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는 "해발 700m에 자리잡은 고랭길의 '고랭'은 깨끗, 신선, 시원하며 살기 좋고 가보고 싶은 곳을 의미한다" 며 "걷기를 통한 웰빙만이 아닌 문학체험을 결합한 길"이라고 말했다.
고랭길의 가장 높은 지점인 최고봉은 해발 910m다. 차오른 숨을 고르고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본다. 구름이 넘나드는 태기산의 풍경이 아스라이 눈에 박힌다.
자작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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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봉을 지나 움치사거리(835m)로 향하자 바람결에 짙은 솔 향이 묻어났다. 이어 자작나무 내음이 거든다. 향기는 바람을 타고 골골이 퍼져 나간다. 움치사거리 주변엔 자작나무가 많다. 자작나무가 길을 따라 호위병처럼 늘어서 산행객을 반기는 풍경에 묘한 설레임이 묻어난다.

사거리에서 문학의 숲 이정표를 따라 계속 가면 숲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 임도로 빠지면 작은 남안동마을을 지나 효석문화마을, 봉평장터까지 이어진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임도길을 권해볼만하다. 굽이굽이 흙길을 따라 뒷짐지고 내리막을 걷다보면 자작나무가 반겨주고 성급하게 떨어진 낙엽잎들이 폭신폭신 운치를 더한다.

최 해설사는 "평탄하고 곧게 뻗은 길보다 굽은 길이 더 운치 있다."면서 "한 구비 끝나고 또 한 구비 돌면 어떤것들이 반기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기대에 설레인다"고 말한다.

문학의 숲으로 내려섰다. 저멀리 새하얀 메밀꽃밭이 장관을 이룬다. 이제서야 봉평땅에 들어선것 같다. 메밀꽃밭과 들판 사이로 난 고랭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 보면 구름 위를 걷는 듯 둥실 둥실 즐겁기만 하다.
봉평의 새벽

봉평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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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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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1907~1942)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대목이 떠오른다.

온석원(47ㆍ서울)씨는 "한적하면서도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고랭길이 참 좋고, 메밀꽃밭을 지날때는 꼭 소설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지금 봉평은 너른 들녘, 비탈진 산허리, 심지어 집 텃밭까지 메밀꽃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봉평 땅 전체에 하얀 융단이 깔린 듯하다.

고랭길의 끝자락 몸과 마음은 문학의 향기로 그득하다. 달 뜬 밤, 메밀꽃밭을 거닐면 이효석의 묘사가 얼마나 정확하고 또 아름다웠는지 실감하게 된다. 달빛을 받은 메밀꽃이 밤하늘에서 한 소쿠리쯤 딴 별을 좌악~뿌려 놓은 듯 황홀하다.

평창=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고랭길 가는길

고랭길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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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장평나들목으로 나와 봉평읍으로 가면 이효석생가다. 생가를 지나 휘닉스파크로 가다 못미쳐 고랭길 간판이 보인다. 휘닉스파크방향으로 먼저가려면 면온IC를 나오는 방법도 있다.

△먹거리=봉평읍내 미가연(033-335-8805~6)은 메밀음식 특허를 3개나 보유하고 있는 메밀요리 전문점이다. 이대팔메밀국수, 메밀싹육회비빔밥 등 주인장의 손맛이 담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에서는 30% 이상 싸게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상차림비는 별도다.

△고랭길=휘닉스파크 고랭길 입구~초봉~계곡광장~삼구쉼터~중봉~무이밸리 삼거리~최고봉~움치 사거리~정자~효석문학의숲(6.4km)~이효석생가터~이효석문학관~남안교~봉평장터(총 11km)로 이어진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고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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