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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악역 다른 느낌' 곽도원 "치밀한 연구의 산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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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악역 다른 느낌' 곽도원 "치밀한 연구의 산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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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이 남자가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했다. '대체 저 남자는 뭐지?' '누구야?' 등의 속삭임이 오갔고, 연기가 아닌 '진짜 나쁜 놈' 같은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영화의 성공과 더불어 이 배우의 연기력도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그는 '아저씨' '황해' '심야의 FM' 등에 출연해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했지만, 큰 역할이 아니었고 주목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범죄와의 전쟁'에서 서늘한 눈빛과 혼을 담은 연기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악역을 탄생시키며 보는 이들에게 묘한 쾌감과 공포를 동시에 선사했다.
이후 '회사원', '변호인' 등을 통해 완벽한 나쁜 놈을 연기해낸 그. 곽도원의 강점은 같은 악역이라도 늘 다르게 표현한다는 데에 있다. 육중한 몸으로 당장이라도 상대를 씹어 먹을 것처럼 포효하는 모습도 있었고, 장기를 후벼파듯 비열한 표정으로 관객들의 주먹을 불끈 쥐게 할 때도 있었다.

3일 개봉한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에서는 말 없고, 이유 없는 악역 장동식으로 분했다.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섬뜩하다. '나쁜 놈'을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인간미 있고 웃음소리가 화통한 곽도원을 만났다.

이하 곽도원과의 일문일답.
-또 악역인데?

그렇다. '또' 악역이다.(웃음) 전도연 김남길씨와 나오는 '무뢰한'에서도 악역이다. 휴. 그래도 황정민씨와 연기하는 '곡성'에서는 착한 역할이다.
'같은 악역 다른 느낌' 곽도원 "치밀한 연구의 산물" (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늘 다른 악역이지 않나

나도 그게 제일 힘들다. 관객들이 '또 나쁜놈이네'하고 식상할까봐. 식상하면 잘못된거다. 이번 영화 안에서도 김윤석씨랑 다른 모습의 악역을 보여줘야했다. 감독이 '차가운 악역'을 주문했는데 처음엔 '그게 뭐야?'하고 아리송했다. 촬영 일주일 전까지도 못 찾았다. 그러다 머리 식히러 간 대공원에서 원숭이를 보고 느낌이 왔다. 관람객이 던진 음식을 새끼에게 빼앗아 먹으면서 태연한 표정으로 오줌을 질질 싸는 거다. '아 저거다' 했다.

-장동식 연기가 원숭이에서 탄생한 거군?

그렇다. 인정사정 볼 거 없더라. 자기 이익 말곤 아무 것도 관심이 없다. 장동식도 그렇다. 극중 "마른 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는 거 아세요?"라는 대사가 있다. 오징어를 씹으면서 그 대사를 친다. 큰 소리 한 번 안 내는데도 완전히 나쁜 놈이다.

-일상에서 힌트를 많이 얻나 보다

맞다. 먼저 시나리오를 묵독한다. 그러다 보면 그림이 머리에 떠올라야 된다. 안 떠오르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다가 알아내야 한다. 캐릭터가 안 만들어지면 죽을 거 같다.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가면 감독님과 미팅을 해도 계속 주눅들어 있다. 무조건 만들고 가야 편하다.

-'타짜2'의 악역 연기는 만족하나?

맨 처음에 강형철 감독이 시나리오 쓸 때부터 날 생각하고 썼단 걸 알고 있었다. 나를 믿고 기대했는데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 스스로 캐릭터가 안 만들어져서 고민이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욕심이 생기더라. (김)윤석이 형하고 분명히 비교될텐데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히 이겨야 하는데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원숭이를 보고 캐릭터가 잡혔다. 원숭이에게 감사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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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식은 어떤 사람인지?

장동식은 소리를 안 지른다. 감독에게 물었더니 "마지막 한 번을 위해서 지르지 않는다"고 했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핀다. 돈이 많지만 매일 잠바를 입고 다니는데다 시계도 호랑이 둘이 마주보고 있는 이상한 걸 찬다. 무슨 메이커인지도 알 수 없다. 성기능도 좋지 않아 여자도 없고, 차도 구리다. 그냥 돈을 벌어 지하에다 쌓아놓기만 한다. 돈 버는 재미에 정신이 나가서 평생을 사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미쳐있는 사람이고 반성할 줄도 모른다.

-'타짜2'에 참여한 이유는 뭔가

내가 처음 캐스팅 됐을 때, 강형철 감독 하나 보고 참여했다. '과속스캔들'에 왕석현 연기를 봐라. 그 아이가 천재 소리를 들었다. 연기를 혼자 했겠나. 감독이 시켜서 한 거다. '써니'도 다 무명배우들인데 연기 못한단 소리 듣는 배우가 없었다. 지금 전부 잘 돼 있지 않나. 강형철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다.

-감독과의 작업도 좋았나

강 감독은 천재다. 맨 처음에 오프닝 제목 올라갈 때 해진이 형이 '야, 신나게 시작하네' 하더라. 영화는 시작하고 5분 안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 특히 오락영화는 5분 안에 보고 싶냐, 안 보고 싶냐가 결정난다. 촬영할 때 콘티를 보면 안 나와서 모르는데 모든 장면이 자기 머릿속에 다 있다. 이번에 베드신 봤나. 침대를 세울 생각을 누가 했겠나. 정말 천재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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