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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 특별시', 대형참사 전주곡인데…

최종수정 2014.08.29 11:31 기사입력 2014.08.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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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서울시가 28일 석촌지하차도 지하에서 발견된 동공(洞空ㆍ빈 공간)의 원인으로 삼성물산의 지하철 9호선 부실공사를 지목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번엔 '운 좋게' 대형 참사를 피했지만, 지하공간에 대한 체계적 관리 등을 포함한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책 마련 이전에 원인규명부터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석촌지하차도에 발생한 싱크홀과 18일 확인된 동공은 지하철 9호선(919공구) 실드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던 삼성물산의 시공 부실인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이같은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후하수관 관리 강화 ▲송파ㆍ영등포 등 중점관리지역 지정 ▲첨단 탐사장비 도입 ▲충적층 통과 터널공사구간 전수조사 ▲시민 참여 모니터링 강화 등 지하 시설물 관리를 골자로 하는 '도로함몰 특별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싱크홀이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으로는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 체계적인 '지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는 약 80m에 달하는 거대 동공을 포함한 5개의 동공이 도로 바로 밑에 있었음에도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5m 규모의 싱크홀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창근 시 진상조사단 위원장(관동대 교수)도 "동공 때문에 석촌지하차도와 위에 있는 백제 고분군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시한폭탄 같은 동공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동공이 어디에 어떤 식으로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지하공간'에 대한 체계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싱크홀의 원인이 되는 지하수 흐름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의 지질도를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며 "이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 타워나 전문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호 건국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땅 속 1m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말이 있다"며 "기존에 서울시가 확보하고 있는 도로 중심의 지질자료나 상하수도 시스템, 지하지반정보시스템(GIS)를 활용해 보다 체계적으로 지하공간을 관리하는 한편, 건물을 신축할 때 조사한 자료를 데이터로 축적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책 마련 이전에 더 심도 있는 원인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가 책임 면피로 일관했던 우면산 사태 때의 행태를 이번 '싱크홀'에도 똑같이 반복할까 우려된다"며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듯 급하게 조사를 하고 대책을 내 놓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뿐이며 석촌지하차도는 '싱크홀' 현상의 시금석인 만큼 서둘러 흙으로 메우거나 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좀 더 체계적인 조사와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자원 강동ㆍ송파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제2롯데월드 개장 문제와 관련해 성급하게 원인조사와 대책 발표가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에만 집중하고 있는 대책과 관련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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