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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된 '공간사옥'…김창일 회장 "컬렉션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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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된 공간사옥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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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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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현대건축 1세대인 고 김수근 선생(1931~1986년)이 설계한 건축사무소 '공간' 사옥(등록문화재 제586호)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해 다음달 1일 문을 연다.

공간사옥은 지난해 11월 재정난을 겪던 공간건축사사무소가 경매에 내놔 한 차례 유찰된 끝에 아라리오갤러리 소유주인 김창일 회장(63)이 경매가 15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김 회장은 공간사옥의 유찰 소식을 듣고 자신의 본거지인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와 단 1시간 반 만에 사옥을 사들이기로 결심했다. 이미 제주도에서 주인 없는 건물 4곳을 사들여 자신의 컬렉션들로 채워진 미술관을 구상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사옥 인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공간 사옥은 공개적으로 버림받았다.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버려진 건축물에 아트(art)라는 힘이 들어갈 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라는 물음을 사회에 던지고 싶었다."

미술관으로 변신한 옛 공간 사옥에서 김창일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두려움과 설렘'을 드러냈다.

1970년대 말 청전 이상범의 작품을 첫 구입하며 미술품 수집을 꾸준히 해온 그는 2000년대 들어 영국 YBA(젊은 영국작가 그룹)계열의 작품들,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의 그림 등을 대거 사들였다. 이미 해외 아트전문지에서는 그를 '세계 200대 컬렉터'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그림 사랑은 컬렉터에서 머물지 않았다. 40대 후반이었던 199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씨킴(CI KIM)'이라는 예명의 미술 작가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에게 옛 공간 사옥을 리모델링해 미술관을 열게 된 것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공간 사옥이 지닌 전통과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까지 떠안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지하층부터 지상 5층까지 좁은 삼각 나선 계단을 오르내리는 내내 직접 작품들을 설명했다. 청바지에 회색 면티를 입고, 모자와 투명 뿔테 안경을 쓴 그는 환갑을 지난 나이가 느껴지지 않게 젊은 에너지가 넘쳤다.
  
마크 퀸, '셀프(Self)', 2001년

마크 퀸, '셀프(Self)',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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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조각 II', 2005년

권오상, '조각 II',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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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에민, '1963년을 회고하며', 2002년

트레이시 에민, '1963년을 회고하며',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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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미술관에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한국의 조각가 권오상이 자동차 람보르기니를 본 따 브론즈로 제작해 노란색을 입힌 대형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옛 공간 사옥에서 1층 주차장으로쓰였던 공간에 들어서 있다. 비서실과 리셉션 데스크가 있었던 곳에는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계단을 오르면서는 영국 작가 데미안허스트의 해골 드로잉과 청전의 작은 산수화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주로 한 공간에 한 작가의 작품 한 점을 위주로 전시를 하지만, 전시장 한 곳에는 극사실 회화로 유명한 강형구 작가가 그린 앤디워홀의 인물 초상과 김 회장이 제작한 설치 조각이 함께 비치됐다. 김 회장이 해변가에 버려진 냉장고를 주워와 다리와 얼굴을 붙이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만든 작품이었다.

지상 5층에서 다시 좁은 나선계단으로 연결된 건물의 한 면을 내려 오다 보면 트레이시 에민(영국), 수보드 굽타(인도), 키스 해링(미국), 요르그 임멘도르프(독일), 코헤이 나와(일본), 마크 퀸(영국), 피에르 위그(프랑스) 등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 중 YBA에 속한 마크 퀸의 'Self(셀프)'란 작품은 작가 자신이 몸속 피 4.5ℓ를 뽑아 얼굴 틀 안에 쏟아 넣고 영하 25도를 유지해 만든 자소상으로, 음침한 조명과 함께 공포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같은 작가가 장애인을 빗대 빚어낸 하얀 대리석 조각들도 전시돼 있는데, 팔과 다리가 없지만 아름다운 신체를 표현했다.

김 회장은 "35년 동안 모아온 한국, 아시아, 서양의 작품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비치할 것인가 고민했다"며 "옛 공간사옥의 내부 공간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게 만만치 않았는데 특히 낮은 층고와 좁은 계단 때문에 전시할 수 있는 작품 크기에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미술관에 채워진 그림들은 한국 작가의 작품 10여점을 비롯해 총 96점으로 모두 김 회장의 컬렉션이다.

최근 열린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관' 기자설명회장에서 김창일 회장이 직접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 해변가에서 주운 냉장고를 활용해 자신의 모습을 설치 조각으로 표현한  김 회장의 작품과 강형구 작가의 극사실회화 작품 '놀라고 있는 워홀'이 보인다.

최근 열린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관' 기자설명회장에서 김창일 회장이 직접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 해변가에서 주운 냉장고를 활용해 자신의 모습을 설치 조각으로 표현한 김 회장의 작품과 강형구 작가의 극사실회화 작품 '놀라고 있는 워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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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앞으로 제주도에 미술관 4곳을 설립할 계획이다. 3곳은 오는 10월, 한 곳은 내년 상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현재 그가 보유한 작품들은 총 3700여점으로 1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천안 목촌의 수장고에 들어가 있는 작품들을 조만간 제주도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제주도 탑동 시네마와 동문모텔, 바이크샵 등을 사들여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다. 옛 공간사옥과 탑동 시네마 자리에서는 주로 내 컬렉션들을 위주로 전시하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기획전 등 특색있게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컬렉션은 내 운명이다. 지금껏 구입한 그림을 한 번도 팔아본 적 없다. 나중엔 문화재단에 기탁할 것이다."

다음달 1일부터 연중무휴. 성인 1만2000원.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02-736-57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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