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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FRB 독립성 논란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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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전 의장들, FRB 옭아매는 공화당 법안에 반대 의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독립성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지난달 30일 32대26의 표결로 통과시킨 'FRB 책무와 투명성에 관한 법률(FRAT·Federal Reserve Accountability and Transparency Act)'이 발단이 됐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FRB를 옥죄려 하자 FRB 관계자들이 반발하는 모양새가 또 반복됐다.

벤 버냉키와 앨런 그린스펀 전(前) FRB 의장들이 FRAT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명의 전 의장이 이미 FRAT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재닛 옐런 현 의장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선 셈이다.
◆FRB 금리 결정, 테일러 준칙 따라야= FRAT에 따르면 FRB에는 여전히 자유롭게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주어진다. 하지만 테일러 준칙에 어긋나는 금리가 결정되면 반드시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테일러 준칙은 과거 재무부에서 일했고 현재 스탠포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존 테일러가 1993년 개발한 것으로 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갭에 근거해 기준금리를 결정토록 한 법칙이다.

FRB를 비롯해 많은 중앙은행들은 지금도 테일러 준칙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하지만 반드시 이 법칙에 따라 수학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FRAT는 이 경우 해명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테일러 준칙에 따라서만 FRB가 금리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FRAT에 따르면 FRB가 적용 법칙을 변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미 의회 회계감사원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FRAT는 FRB가 자의적으로 경기를 판단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의회가 FRB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통화정책 효과 감소·무조건적 적용 불가능= 이와 관련 버냉키 전 의장은 FRB의 통화정책을 금리와 관련된 어떤 규칙에 연동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버냉키는 기계적 방식으로 FRB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상당히 줄어든다며 하원 소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하원 소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읽어보지 못 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어떤 규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린스펀은 테일러 준칙을 통해 FRB 정책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확률은 80%까지라고 말한다. 나머지 20%의 경우에는 테일러 준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도 2008년 이후로는 테일러 준칙 같은 법칙들이 통화정책 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췄던 특수한 상황에서는 테일러 준칙이 효과를 내지 못 한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테일러 준칙과 같은 법칙들은 경제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 한다며 법칙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에 대한 정보가 있거나 경제 구조의 변화가 있을 때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잘못된 답변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일러 준칙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이같은 도구를 통화정책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려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옐런 "정치 간섭 없을 때 거시경제에 더 좋아"= FRAT는 또 현재 반기마다 이뤄지고 있는 FRB 의장의 통화정책과 경제전망에 대한 의회 증언 횟수를 분기별로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1년 두 차례인 증언 횟수를 네 차례로 늘리자는 것이다. 이 역시 의회가 FRB가 더 감시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옐런 의장의 의회 증언은 지난달 16일 진행됐다. 당시 옐런 의장은 공화당이 추진하던 FRAT에 대해 "FRB가 수학적 규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실행토록 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어떤 중앙은행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옐런은 "정치적 검열은 통화정책 실행에 관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반드시 훼손시킨다"며 "경험을 통해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이 없을 때 거시경제가 더 좋은 흐름을 보였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FRAT가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투명성을 명분으로 100년 역사의 FRB를 계속 옭아 매는 것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음이 재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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