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오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미사를 보러 간 시민들은 일반시민과 참가자를 나눈 거대한 방호벽을 보게 될 전망이다. 방호벽의 설치를 놓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교황의 뜻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우리나라의 첫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미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부터 서울광장까지 4.5㎞ 길이의 흰색 방호벽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천주교 신자만 20만명이 참석하고 구경하는 시민들까지 합치면 100만명 이상이 장소에 모일 것으로 보여 방호벽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출입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할 예정이다. 행사는 오전 10시에 열리지만 20만명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입장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일단 입장이 완료되면 행사장 밖으로 나갈 순 없다.
광화문 근처 세종문화회관, 교보빌딩 등 건물에는 저격을 대비해 별도의 경찰 병력이 배치된다. 경찰은 앞서 개인이 소지한 총기류 6만5000여개 정도를 자진 반납하게 했다. 각종 시위 등에 대비해 방호벽 외곽에도 일정 병력을 배치해 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방탄복도 거부한 교황의 미사에 거대 방호벽을 설치한 것은 화합을 중시하는 교황의 파격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이 광화문에서 시위 중인 세월호 가족들이나 일반 시위자들을 접촉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방호벽을 설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동경 한국 교황방문준비위원회 팀장은 "로마에서도 큰 미사를 하면 울타리를 치고 신원을 확인하는 걸로 안다"면서도 "방호벽에는 (일반시민들의)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황이 방탄차를 타지 않고 퍼레이드를 할 예정이라 대비하는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라며 "과잉 경호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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