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멀수록 맑다(香遠益淸).


성리학을 일군 제1주자로 일컬어지는 주돈이는 '연꽃 사랑 이야기(愛蓮說)'에서 저 놀라운 통찰을 이끌어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냄새는 어떤 사물에서 흩어져나온 알갱이가 코 속으로 침투하는 현상이기에, 가까이에 있으면 더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진한 향기가 반드시 아름다운 향기냐는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모든 향기는 그것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거리를 지니고 있다. 어느 거리에서 향기를 맡느냐가 기실 그 향기의 품질과 품격과 여운을 결정한다. 염계(주돈이)는 연꽃을 깊이 사랑하다 보니, 연꽃 향기가 가장 그윽해지는 거리를 발견한다. 그것은 연꽃 향기인 것을 알 수 있으면서도 그 향기가 가장 옅어진 그 지점이다. 그 자리에서 염계는 코끝에 닿는 향기의 도(道)를 느낀다. 자기를 주장하지 않지만 향기의 내면을 전할 수 있는 그것이 바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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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르침이나 우리의 언어나 우리의 예술들은, 많이는 존재 증명의 아우성같은 것이 아니던가. 상대방을 바꾸고 상대방을 따라오게 하고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상대방에게 사용설명서를 들이밀어 메시지들을 푸시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진한 향기의 물량공세가 이룬 것이 얼마나 되며 설령 이뤘다 하더라도 오래 가는 것이 또 얼마나 되며 오래 간다 하더라도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 다시 얼마나 되랴.

연꽃을 보라. 그냥 두어도 한없이 맑은 향기이기에, 거리가 멀어진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맡을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서 연꽃 향기를 맡았을 때, 그때가 가장 맑고 아름답다. 인격이란 이런 것이다. 사랑의 오묘함도 이런 것이다. 문득 지나쳤던 말들, 지나쳤던 스승들, 지나쳤던 벗들이 다시 마음 속에 돋아나 평생을 가는 것은, 바로 향원익청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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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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