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국빈 방한 이틀째인 4일 오전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를 찾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은 한중수교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한국, 전쟁 치열했을 때 생사 같이해"=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이 일본에 대응했던 공통된 역사를 들며 대일공조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역사상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양국이 도우며 함께 고통을 극복했다"며 임진왜란과 노량해전의 사례를 들었다. 특히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로 양국이 모두 큰 고난을 겪었다"며 중국 내 임시정부 유적지, 상하이 윤봉길 기념관, 광복군 주둔 유적지 등은 그 역사를 증명한다고 말해, 과거 역사를 부정하는 현재의 일본에 대한 한중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다른 국가의 희생을 대가로 발전하지 않아"= 부상하는 중국이 다른 나라들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절대로 다른 국가를 희생시킨 대가로 자신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며 "주변 나라와의 호혜적 협력을 넓히고 발전의 이득이 주변에 미치도록 해 개도국들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중국은 성장을 이뤘지만 세계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거리가 있다"며 "문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이익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 측은 앞서 강연장 앞좌석을 모두 학생들로 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를 찾아 인사말과 마무리 발언 때 중국어를 사용해 큰 박수를 받은 것처럼, 시 주석도 이번 강연을 통해 한국인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강연에는 사전 초청장을 받은 서울대 학생 100명과 중국 기자단 50여명, 내외신 기자 200여명 등이 참석했다. 사전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출한 참석자들은 본인 확인을 거친 후 강연장에 입장했다. 초청 인사와 취재진, 사전 신청자들 외에는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강연 소식을 듣고 왔다가 사전에 신청한 서울대생만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며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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