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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깔고 앉아 몸사리는 글로벌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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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 기업 4조5000억달러 보유…미래 투자에는 인색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현금을 깔고 앉아 있으면서도 정작 미래 성장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거시경제 회복이 기업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글로벌 200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 4조5000억달러(약 4554조45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이들 기업의 '자본적 지출(CAPEX·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은 0.5%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2000대 기업의 CAPEX는 지난해 1% 감소한 바 있다.

CAPEX는 보통 재무제표상 유형 자산의 증감 여부를 따져 계산한다. 견실한 CAPEX 증가세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 및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다.
지역별로 지난해 CAPEX가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신흥국이다. 지난해 신흥국 기업들의 CAPEX는 전년 대비 4% 쪼그라들었다. S&P는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기업들의 CAPEX 감소세가 최고치를 기록할 듯하다.

S&P의 개리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적극 늘려왔다"면서 "이들의 CAPEX는 최근 가장 큰 조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원자재·에너지 기업의 CAPEX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지출 순위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9개가 이들 부문에 속한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은 최근 10년 간 세계 CAPEX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의 '큰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영국계 대형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은 올해 CAPEX가 최대 370억달러까지 줄 수 있다면서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BHP빌리턴, 발레, 리오틴토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반면 빚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2000대 기업의 부채 규모는 2012년 10조2000억달러에서 지난해 11조1000억달러로 늘었다. 총자산 대비 순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21%에서 24%로 증가했다.

S&P는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 기업들 중심으로 CAPEX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회복에 따라 기업에서 쌓아놓은 현금이 풀릴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면서 "오히려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기업이 많아 글로벌 경기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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