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작업이 많은 조선ㆍ건설 대기업 상당수가 이처럼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소속 외 근로자로 고용하고 있어, 국가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소속 외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간접 고용을 뜻한다. 비정규직과는 별개로 구분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40만명)과 건설업(16만명)이 전체 간접고용의 64.0%를 차지했다. 제조업 내에서는 산업재해가 빈번한 조선업(64.5%), 철강금속(37.8%)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업장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 4만3874명의 69.9%(3만666명)를 파견, 용역, 하도급 근로자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7명 꼴이다.
현대건설은 전체 2만4196명 중 1만5728명(65.0%)이 소속 외 근로자였다. 현대중공업 또한 10명 중 6명 꼴인 59.5%(4만767명)가 간접고용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포스코건설(65.5%, 1만518명), 씨제이대한통운(648%, 9957명), 에스원(64.8%, 1만703명), 삼성중공업건설(62.8%,2만4377명), 삼성엔지니어링(58.0%, 1만69명), 대림산업(56.3%, 8740명), 삼성물산(54.6%, 1만3218명) 등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대기업 톱 10 상당수가 조선, 건설기업으로 파악됐다.
또한 기업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파견ㆍ하도급 등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삼성전자는 10명 중 2명, 현대자동차는 10명 중 1.5명 꼴이다. 포스코는 46.6%가, KT는 39.9%가 간접고용으로 파악됐다.
파견, 용역, 하도급 등 간접고용은 임금·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나쁜 일자리’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간접고용 근로자는 직접고용된 정규직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받을뿐 아니라, 고용불안에도 시달린다. 또 직접고용 형태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는 "2006년 62만9000명이었던 파견ㆍ용역 근로자는 2012년 89만6000명으로 급증했다"며 "대기업부터 질나쁜 일자리 양산에 앞장서선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올해 첫 실시한 고용형태공시제에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인 대상사업주 2947곳 중 2942곳이 공시에 참여(공시율 99.8%)했다. 국내 전체 임금근로자의 25% 상당이 해당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시 대상이지만 참여하지 않은 사업주는 법무법인 화우, 대한노인회, 일진글로벌, 위훈용사복지회, 인그리디언코리아 유한회사 등 5곳이다. 이들에 대한 제재나 벌칙규정은 없는 상태다.
정형우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대기업, 조선 등 제조업은 소속 외 근로자를 활용하고, 서비스업은 기간제를 주로 활용하는 경향이 보였다"며 "고용형태 개선 실적이 우수한 기업 명단 발표 등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개선을 유도해 나가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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