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패키지 인수 포기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0여일 전 권오준 회장 취임 이래 본업인 철강분야의 근원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사업구조조정을 진행해온 포스코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동부인천스틸과 포스코는 생산시스템이 달라 연계운용을 하려면 막대한 추가투자가 필요하다. 동부발전당진은 수익성이 보장된 석탄화력발전 회사이지만 포스코의 근원경쟁력 강화와는 관련성이 별로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직접적 원인은 동부그룹 측의 자구노력이 지지부진한 데다, 김준기 회장의 아들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 금융지원의 담보로 제공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그룹이 거부한 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측은 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을 고수하려 한다. 이런 대치는 구조조정 작업 전체를 계속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
산업은행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패키지 매각에 매달려 구조조정 일정만 지연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우리 경제는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다.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을 확실히 묻는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은 신속히 매각하게 해야 한다. 국내 원매자가 없다면 외국자본이라도 끌어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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