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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한민국]T(Tragedy)-참사에 속수무책, 매뉴얼 재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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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대응, 'TRUST'(신뢰) 5단계 매뉴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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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상처, 더 깊어지게한 건 국민도 못챙긴다는 '不信'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재난 대비 수준과 위기 대응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 중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역량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모든 국민이 정부의 무능함을 안방에서 목격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국가ㆍ사회적 약속인 신뢰관계는 처참히 무너졌다. 국가ㆍ 정부ㆍ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졌다. 사회 존속의 기반이 되는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2건국 수준의 개조가 시급하다.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도자들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개혁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이 다시 '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에 신뢰와 희망을 되찾기 위해서는 심각한 양극화와 갈등, 불신을 벗어나 소통과 화합, 위기극복 의지를 공감해야 한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대형 재난 공화국'.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굴욕적인' 수식어다. 수많은 대형 참사를 당하고도 늘 제자리걸음인 '불치'수준의 안전불감증을 내포한 말이기도 하다. 대부분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사고 때마다 다각적인 안전시스템이 보완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우리나라 재난 매뉴얼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최악의 참사는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다.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했다. 1970년에는 6개월만에 지은 와우아파트가 무너져 주민 33명이 사망했고 1994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져 등교하던 학생과 출근길 직장인 32명의 생명이 희생됐다. 모두 잘못된 설계와 시공, 관리 부실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다.

대형 사고는 바다와 하늘에서도 비일비재했다. 1993년 전북 부안 위도 부근에서 서해페리호가 침몰해 총 292명이 숨졌다. 정원이 221명인 배에 362명이 승선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올해 4월 최악의 해상참사로 기록되는 세월호 침몰 역시 무리한 증축과 운항 등 안전 불감증에 기인하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실한 초동 대처는 무고한 인명피해를 불렀다. 292명이 숨졌고 12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1997년에는 대한항공 B747-300기가 괌에서 추락해 225명이 숨졌으며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시도 중 추락해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요 대형참사 일지

주요 대형참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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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참사의 유형에는 화재도 포함된다. 1971년 서울 대연각호텔 커피숍에서 불이나 21층을 다 태우고 16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3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50대 남자의 방화로 192명이 사망했다. 앞서 대구지하철1호선은 1995년 도시가스 폭발로 101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대응 또한 중요하다. 신속하면서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사고를 의외로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형재난사고에도 대응매뉴얼(안내서)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3000개가 넘는 재난대응 매뉴얼은 허사였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행동 매뉴얼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고 종류 만 많다"고 지적한다.

주요 상황 위기관리 대응지침을 담은 실무 매뉴얼은 200여개가 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와 지방청 등의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은 3200여개에 달한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매뉴얼을 추가하다 숫자만 많아진 셈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용량초과인 매뉴얼은 실제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매뉴얼을 자꾸 강조하지만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고,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한 공기업 사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비상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한 결과 깜짝 놀랄 정도로 우왕좌왕하며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모르고 있었다"며 "꾸준한 실전연습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장도 "서류상 매뉴얼은 있지만 막상 사고가 터지면 매뉴얼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제대로 된 훈련이 반복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재난별로 간편한 매뉴얼을 만들어 상황에 따라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은 "재난 사고시 담당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매뉴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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