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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증시]천의 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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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넓은 사각형 천 위에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이 있다. 누군가가 천의 귀퉁이를 잡고 흔든다. 구슬이 튀고 흔들리고 심지어는 부서져버린다."

임형록 한양대 교수의 책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편>의 한 대목이다. 임 교수는 글로벌 경제를 넓은 천이 펼쳐져 있는 공간에 빗댔다. 여기에 기축통화 발권국 미국과 원유패권을 쥐고 있는 중동이 있다. 돈값(금리)을 마이너스(-)로 내린 유럽도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큰 구슬이자, 천의 귀퉁이를 잡고 흔드는 주체들이다.
지난 한주부터 코스피는 이 큰 구슬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출렁이는 장세를 보여줬다. 유럽중앙은행(ECB) 호재를 만나 수급 부담을 털어내는 듯 했지만 이라크발 국제유가 상승 우려로 바짝 얼었다. 이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만 쳐다보고 있다.

우선은 악재는 제한적이고, 호재는 장기적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라크발 악재는 비석유수출기구의 영향력 증대로 큰 리스크가 되지 못하지만 유럽의 수급호재는 유효하단 논리다.

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대외 재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FOMC 회의에서 경제전망을 낮추거나,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큰 구슬간의 힘, 충격, 마찰은 상시적이다. 천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작은 구슬로서 생존전략을 다시 다질 시점이다.
◆변준호 BS투자증권 연구원 = 지난 주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피가 금요일 이라크 사태를 반영하며 크게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이 현물 시장에서 22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고 선물 시장에서 공격적인 순매도를 보임에 따라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증시의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무리한 군사 지출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으나 급진 수니파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재 군사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상군 파병이 아닌 제한적인 공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사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기 회생을 위해 노력 중인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사태 해결 촉구 의지가 공통적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증시 이외 원·달러 환율 역시 제한적인 소폭 반등에 그친 것을 보면 국내 증시가 과도하게 하락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여타 국가대비 국내 증시가 더 하락한 것은 우리 나라의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 이라크 내 관련 기업들의 영향, 시장모멘텀이 크지 않다는 점 등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증시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안전 자산의 강세 흐름 역시 제한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하게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신호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와 비슷한 양상 관찰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되면서 안전 자산인 금, 그리고 원유 가격 강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나 현재나 모두 제한적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이번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는 정부 단위의 협상 채널이 열려 있는 반면 이번 이라크 사태에서는 협상 통한 해결 기대감 낮고 사태의 전개 방향성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부담이다. 특히 신흥국 입장에서 유가 상승은 결코 반갑지 않은 재료다. 신흥국 인플레 압력이 현재는 높지 않은 만큼 이라크 사태가 단기간에 악영향 주진 않을 것이다. 단, 한국의 경우 원화의 가파른 강세 외에도 유가가 부담 요인으로 가중되는 것 아닌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2000선 아래 = 주식 매수 영역’이라는 일종의 학습 효과가 형성돼 있다. 지난 금요일 개인의 비교적 강한 순매수는 이를 반영한다. 단, 성급한 진입보다 수급 여건 체크 먼저 할 필요는 있다. ECB 금리인하와 추가 LTRO 시행 발표 직후 아시아 포함 신흥국 주식, 채권시장으로 자금 유입 비교적 크게 확대되었지만 이번 사태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2~3월 우크라이나 리스크 커졌던 당시로 돌아가보면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매물 확대되며 주가 조정 보이다가 매도세가 진정되자 반등 쪽으로 선회했던 점 참고할 만 하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 = 최근 이라크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라크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라크 이슈가 증시와 국제유가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이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이번 사태를 촉발한 ISIL은 북부에서와 달리 유전이 많이 있는 남부에서의 지지기반이 두텁지 못하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전이 많이 몰려있는 남부지역까지 이들 세력이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또 비석유수출기구(Non-OPEC) 국가들의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현재 OPEC 소속인 이라크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전세계의 3.6% (2014년 5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Non-OPEC 국가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이번 이슈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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