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의무사항 아니라 감독 곤란…투자자들 혼란만 키워"

네이버·삼성전자 등 주요 상장사들 회사 홈페이지 살펴보니
고정자산·경상이익·대차대조표…퇴출語 버젓이
회계사가 재무제표 대리 작성하는 관행 탓

(출처: NAVER IR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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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고정자산ㆍ경상이익ㆍ대차대조표….'


지난 2007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일본식 회계용어들이 대거 퇴출됐음에도 여전히 이를 고수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들이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7년 전에 사라졌어야 할 회계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회계사는 "IR담당자나 재무책임자를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오래 전에 바뀐 회계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미 사라진 회계용어들을 사용하게 되면 국제회계기준 번역상에 오류가 생기고, 왜곡된 정보가 전달돼 정보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정자산ㆍ경상이익, 7년전에 바뀌었는데 = 최근 시가총액 순위 7위(약 25조원)로 올라선 NAVER NAVER close 증권정보 035420 KOSPI 현재가 211,000 전일대비 9,000 등락률 -4.09% 거래량 1,387,029 전일가 220,00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쇼핑·광고에 AI 얹은 네이버 매출 최대…네버엔딩 성장세(종합) 네이버, AI 고도화로 매출 분기 최대…영업익 전년比 7%↑ 최대 4배 투자금으로 기회 살려볼까? 금리는 연 5%대로 부담 없이 는 회사 홈페이지 IR항목의 재무제표에 5개연도 재무상태표를 표시하면서 '유동자산'과 함께 '고정자산'을 표기했다. 그러나 고정자산은 2007년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없어진 용어다. '비유동자산'으로 수정해야 맞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20,500 전일대비 5,500 등락률 -2.43% 거래량 22,161,975 전일가 226,00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2분기 실적발표 앞둔 애플…'팀쿡 후임' 터너스에 쏠린 눈 코스피, 1.38% 내린 6590대 마감…코스닥도 하락 임이자 재경위원장 "삼성전자 파업, 국가 경제에 충격…노사 대화 해결 호소" 는 회사 홈페이지 IR페이지에 지난해 1분기와 반기, 3분기와 연간 감사보고서를 모아 표시하면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주석과 함께 '대차대조표'를 표시했다. 대차대조표는 2007년 '재무상태표'로 바뀌었다. 다행히 이들 두 회사는 지난 3일 본지 온라인 보도 이후 회계용어를 각각 '비유동자산', '재무상태표'로 수정했다.


현대차는 2007년 사라진 개념인 '경상이익'을 실적 보도자료에 수치로까지 발표했다.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상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9% 줄어 2조6932억원을 기록했다고 적시했다. close 증권정보 KOSDAQ 현재가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전일가 2026.05.01 15:30 기준 관련기사 2분기 실적발표 앞둔 애플…'팀쿡 후임' 터너스에 쏠린 눈 코스피, 1.38% 내린 6590대 마감…코스닥도 하락 임이자 재경위원장 "삼성전자 파업, 국가 경제에 충격…노사 대화 해결 호소" 도 지난달 26일 "경상이익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경상이익은 2007년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특별손익이 사라지자 함께 폐지된 용어다. 이전엔 영업손익에서 경상손익을 구한 후 특별손익을 계산했지만 2007년부터는 기업의 계속적인 사업활동과 그와 관련된 부수적인 활동에서 발생하는 손익으로 모두 계산한 계속사업이익이란 항목으로 바뀌었다. 과거 기업들이 채무변제나 증여를 통해 얻은 수익을 자의적으로 특별손익에 반영, 경상이익을 조정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해당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현대차 close 증권정보 005380 KOSPI 현재가 531,000 전일대비 25,000 등락률 -4.50% 거래량 1,150,241 전일가 556,00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현대차, 업계 최초 '가족 합산' 멤버십 도입… 최대 8명 공유 코스피, 1.38% 내린 6590대 마감…코스닥도 하락 "티니핑 만난 넥쏘"…현대차 '티니핑 싱어롱쇼' 연다 관계자는 "환율민감도가 높다보니 환차익과 환차손이 반영되는 경상이익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실적자료에 경상이익도 같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삼성전자 IR페이지)

(출처: 삼성전자 IR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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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상 오류, 투자자 정보 혼란 초래…바뀐 용어대로 써야 = 이에대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회계사는 "기업 내부적으로 쓰는 '관리회계' 차원에서 이런 용어를 쓰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다수 투자자들이 열람하고 투자에 자료가 되는 '재무회계'에서 이런 용어를 쓰게되면 정보의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도 "투자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이해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통일된 회계용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아직 과도기이고, 관행적으로 쓰던 용어가 익숙하다보니 옛날 용어가 통용되는데, 회계기준원에서는 바뀐 용어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홈페이지는 감독 대상이 아니라 마땅히 지적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 홈페이지에 재무상황을 표시하는 것이 의무사항도 아닌데 바뀐 용어를 쓰라고 당국이 일일이 감독하긴 곤란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오래전 바뀐 용어를 여전히 쓴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재무담당자들이 회계기준에 대해 올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기업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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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왜 회계용어에 어둡나…회계사가 재무제표 대리작성하는 관행 탓도 = 기업들이 여전히 퇴출된 회계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는 9일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전임 IR담당자가 쓰던 걸 이어 쓰다 보니 바뀐 용어를 적용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용어가 바뀐지 몰랐던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내부 관행을 이유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기업별로 쓰는 회계용어가 다르면 같은 업종 내에서 동일한 계정과목을 놓고 비교하기가 어려워진다. 번역 상에 오류도 빚어질 수 있다. 바뀐 지 7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과도기'라는 핑계를 대기도 어렵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이같은 오류를 내는 이면에는 회계사가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해주는 '음성적' 관행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회계사는 "기업 재무담당자들이 바뀐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숙지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일부 회계사들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 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체내 감사인이 직접 재무제표 확인을 거치는 공시된 보고서의 경우 이러한 '용어' 오류가 전무하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재무제표를 만들지 않다보니, 바뀐 국제회계기준에도 익숙지 않고 관행대로 써오던 옛날 용어가 잔재로 남아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공인회계사 251명과 회계학 관련 교수 72명을 상대로 기업의 재무제표 직접작성 여부를 설문한 결과 7점 만점에 학계는 3.53점, 외부감사인은 3점을 줘, 기업의 재무제표 직접 작성 수준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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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회계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경력 3년 이상인 공인회계사 인력은 시중은행 3.3명, 특수은행이 2.4명, 지방은행 1.3명에 머물렀다. 10대 증권사는 2.5명, 10대 보험사는 1.3명 수준이다. 결산을 담당하는 회계 전문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은 은행 1곳, 증권사 1곳, 보험사 4곳에 달했다.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대차대조표가 재무상태표로, 고정자산이 비유동자산으로 각각 바뀐 것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정보이용자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기업들이 회계용어에 대해 보다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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