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 개최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3층 에메랄드룸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의 개회사와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위원,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권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같이 처음부터 선을 긋고 중소기업 진입만을 허용하는 방식은 과거 고유 업종제도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것과 같이 실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선임연구위원은 "적합업종 재지정 시 중복지원 배제와 정량지표 성과평가 적용을 통해 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적합업종의 재지정을 위해서는 적합업종의 성장성ㆍ생산성 등 자구노력 및 경쟁력 향상 노력을 엄격하게 평가해 적합업종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단기분석 결과에 의하면 적합업종 실시 이후 중기 적합업종은 성장성, 생산성, 산업 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에서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우리의 개입의 정도와 방법은 세계적인 보편성을 현저히 결여하고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서비스업 중기 적합업종 확대지정: 쟁점과 대안'이란 발제를 통해 "서비스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합업종 제도가 신중하게 적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계형 서비스업에서 사업지원서비스와 지식산업서비스로 적용대상이 확대되어 가는 양상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서비스업종은 제조업종과는 달리 가치사슬 상 수행되는 기능들의 조합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고 변화하는 만큼 서비스업에서 적합업종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소프트웨어 등 사업지원서비스와 지식기반서비스에서 생산하는 결과물이, 제조업을 비롯해 다른 분야의 기업에게는 중간재로 활용되기 때문에 서비스업을 규제하는 것은 전후 기업의 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특정 서비스업종에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될 시, 그 여파는 해당 업종에 머무르지 않고 전 산업에 이르게 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진흥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대기업 또는 정부가 구성한 산업성장 플랫폼에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성, 투명성, 공정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적 소유권에 대한 보호 강화, 합리적 기준에서의 중소기업 제품 및 서비스 우선구매 제도의 확대 그리고 적합업종 지정 연장 금지를 통한 혁신 동기부여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토론자로 양만식 교수(단국대 법학과), 오형규 논설위원(한국경제신문), 유영식 상무(중견기업연합회), 이동주 본부장(중소기업연구원), 조동근 교수(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등이 참석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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