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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산적한데…' 김기춘, 심재륜 前고검장 고소

최종수정 2014.05.30 10:50 기사입력 2014.05.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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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혐의로 28일 고소장 제출…오대양 사건 수사 당시 인사이동에 의문 표한 발언두고 발끈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75)이 지난 28일 심재륜 전 고검장(70·왼쪽)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를 발표하던 날 국정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실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실장의 고소는 지난 25일 심 전 고검장이 한 종합편성채널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 얘기가 발단이 됐다. 심 전 고검장은 1991년 오대양 사건을 재수사하던 당시 법무부장관인 김 실장이 수사팀을 전격 교체한 것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 전 고검장은 "전쟁 중일 때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인데 1991년 (오대양사건) 수사 지휘 사령탑으로 대전지검 차장검사였던 저는 물론 부장검사, 담당검사까지 새로 교체됐다. 수사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김 실장은 당시 영향력을 행사해서 구원파를 탄압한 게 아니고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어떤 면에서는 (수사팀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대양 사건은 1987년 8월 오대양 공예품 공장에서 32명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수사당국은 집단 자살로 결론내렸다. 이후 1991년 7월 20일 대전지검에서 오대양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다.
재수사를 지휘한 심 전 고검장은 열흘 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한 후 체포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25일 발표된 검찰 정기인사(8월1일자 발령)에 의해 심 전 고검장은 서울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으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결국 심 전 고검장은 유 전 회장이 구속되기 하루 전인 31일 대전지검을 떠나야 했다.

방송 다음 날인 26일 김 실장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오대양 사건 수사와 무관하게 미리 예고된 정기인사였다"고 밝히며 심 전 고검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해명 후에도 '무리한 인사로 수사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김 실장은 결국 28일 심 전 고검장을 비롯해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갑수 문화평론가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구원파가 금수원 정문에 붙여 놓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에 대해 "당신(김 실장)이 나(구원파)를 비호해 놓고 이제 와서 버릴 수 있어"라는 의미라며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고, 이것은 확인돼야 할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법조계 선배인 김 실장이 전 검찰 간부이자 후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로 비롯된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고, '정부 공백' 지적이 나올 만큼 국정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심 전 고검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인사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며 한때 같이 일했던 후배를 고소한 것이 섭섭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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