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처 또다른 '옥상옥' 우려
-일부선 "구조적 접근만으로 해결 안돼" 지적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안전행정부 기능 대폭 축소 방안을 두고 이미 1년 전 졸속 개편을 단행할 당시부터 재개편이 예견됐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사고를 통해 이같은 방식의 조직개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서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보지 않고 또 '조직개편'이라는 같은 방식의 해결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1년 전 박 대통령의 재난관리업무 일원화 공약에 따라 '재난대응'을 안행부로 옮길 때부터 이미 전문가들의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위기관리의 4단계인 예방·대비·대응·복구 중 예방, 대비, 복구는 행정부가 맡을 수 있어도 '대응'은 전문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안행부 내에 꾸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문가를 채용하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전문가 없는 컨트롤타워는 사고 초기단계에서 우왕좌왕하며 참사를 키웠다. 박 대통령은 이번 담화를 통해 또 다시 민간전문가 인력 확충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국가안전처'라는 또다른 '옥상옥'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진철 국가위기관리학회장(경북대 사회대학장)은 "또 하나의 거대한 관료조직이 등장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든다"며 "초동대응과정에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재난 대응에서는 컨트롤타워가 '길게'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했던 '길고 복잡한 명령라인'이 국가안전처에서는 더 강화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재난대응기관(소방ㆍ해경)이 현장을 지휘하고 대응이 다 끝난 후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와도 구석에 접이식 의자에 앉아 상황대처가 끝날 때까지 지켜만 본다"고 말했다.
또 기관 설치와 개편 등 구조적ㆍ제도적 접근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금방 무엇을 신설하고 폐지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리더십과 문화적·규범적인 부분 등 소프트웨어 개혁은 눈에 띄지 않고 국민들에게 와닿지 않아 제도 부분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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