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천주교 추기경이 북한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개성공단의 천주교 신자들 모임인 로사리오회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서울대 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은 평소 관할지역인 개성공단을 방문해 미사를 드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며 지난해 말에도 개성공단을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려 했지만 장성택 숙청사태가 터지면서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입주기업인들은 염 추기경의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 진전에 새로운 물꼬를 틀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며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번 염 추기경의 방북이 공단 정상화의 단초가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북한의 일방적 가동 중단 조치 이후 재가동된지 8개월이 지났지만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입주기업인들의 전언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5ㆍ24 조치'로 시작된 대북 제재가 4년간 이어지면서 남북 경협 사업을 하던 입주기업의 신규투자가 '올스톱' 된데다 중국 기업들의 북한 인력 활용도 늘어나면서 개성공단 인력난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최근 양국 정부에 인력난을 해소를 위해 기숙사를 짓겠다며 허가를 요청한 것도 입주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공단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지난해 9월 재가동 당시 추진키로 했던 개성공단의 국제화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곳인데 지금까지 경색 국면이어서 입주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상황에 염 추기경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된 만큼 남북관계 완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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