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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오리온 낙하산' 비상시 무조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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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조시스템 없는 韓, '세월호 침몰' 비극 불러와

▲'오리온' 우주선의 비상시 낙하산을 통한 탈출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사진제공=NASA]

▲'오리온' 우주선의 비상시 낙하산을 통한 탈출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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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어떤 일에 앞서 예측 불가능한 비상 사태에 사전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기본적 시스템 조차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든, 나라든 가장 기본은 '비상시 어떤 대처를 하느냐'에 있다. 평상시에 아무리 훌륭한 조직이더라도 비상시 오합지졸이라면 그 조직은 와르르 무너지게 마련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특별한 낙하산을 보면서 우리나라 비상재난시스템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알고도 남는다. 나사는 4조원에 이르는 우주선을 만드는데 있어 무엇보다 우주비행사들의 안전부터 챙기는 안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만큼은 배워야 한다.
세월호 침몰 11일째. 구조되지 못한 이들이 아직도 100명을 넘는다. 청해진해운의 과적, 배에서 먼저 대피한 선장, 펼쳐지지 않는 구명보트, 정부의 초기대응 부재, 일관성 없는 재난대응시스템…더 이상 언급이 부끄러울 정도로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21세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차마 눈뜨고 지켜보지 못하는 이들이 한 둘 아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25일 NASA가 발표한 하나의 자료가 눈길을 끈다. 자료의 제목은 '나사가 오리온 낙하산에 대한 실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는 내용이었다. 낙하산 하나 만들었거니 생각했다. 자료를 읽어 내려갈수록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딴판이어서 눈길이 집중됐다.

미국은 전 세계 각국과 함께 차세대 유인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오리온(Orion)' 우주선이다. 오는 12월 1차 실험발사 예정에 있다. 이를 앞두고 각종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비상 낙하산'이었다.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오리온은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가장 안전한 우주선 중 하나이다. 아무리 안전한 우주선이라 할지라도 비상사태는 늘 일어날 수 있고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발사대와 혹은 발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비상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안에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은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의 시작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나사 측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비행사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오리온 낙하산'은 우주선에 이상이 감지됐을 때 1000분의 1초, 눈 깜짝 할 순간에 작동한다. 오리온에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은 비상시 자동으로 펼쳐지는 낙하산으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

오리온 우주선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하는 최첨단 우주선이다. 2030년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시작점이면서 차세대 유인 우주선의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리온에 들어가는 총 예산은 39억달러.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무려 4조원에 이른다. '4조원의 우주선'에 앞서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리온 낙하산의 총 책임자인 크리스 존슨(Chris Johnson)은 "우주선 발사에 있어 언제나 성공적인 발사와 임무가 이뤄지기를 원하는데 분명 알아야 할 것은 비상시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철저하게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미항공우주국. 안전의식은 어디에 봐도 눈꼽만큼도 없고, 대한민국 정부의 '정신 나간' 재난대응시스템…. 너무나 비교되는 이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에 슬픔과 허탈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11일째.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100명이 넘는 실종자가 그대로 있다. 돈을 위해 배를 제 멋대로 개조하고, 누가 탔는지 체크조차 하지 않고, 화물을 구겨 넣듯이 마구잡이로 싣고, 돈을 아끼기 위해 계약직 직원만 쓰고, 배가 눈앞에서 가라앉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속수무책인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은 완전히 실종됐다. 실종된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해 본다. 생존자와 희생자들, 그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안전시스템 부재, 재난대응시스템 부재…세월호 침몰은 총체적 인재로 드러났다.

▲안전시스템 부재, 재난대응시스템 부재…세월호 침몰은 총체적 인재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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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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