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조시스템 없는 韓, '세월호 침몰' 비극 불러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어떤 일에 앞서 예측 불가능한 비상 사태에 사전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기본적 시스템 조차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든, 나라든 가장 기본은 '비상시 어떤 대처를 하느냐'에 있다. 평상시에 아무리 훌륭한 조직이더라도 비상시 오합지졸이라면 그 조직은 와르르 무너지게 마련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특별한 낙하산을 보면서 우리나라 비상재난시스템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알고도 남는다. 나사는 4조원에 이르는 우주선을 만드는데 있어 무엇보다 우주비행사들의 안전부터 챙기는 안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만큼은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25일 NASA가 발표한 하나의 자료가 눈길을 끈다. 자료의 제목은 '나사가 오리온 낙하산에 대한 실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는 내용이었다. 낙하산 하나 만들었거니 생각했다. 자료를 읽어 내려갈수록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딴판이어서 눈길이 집중됐다.
미국은 전 세계 각국과 함께 차세대 유인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오리온(Orion)' 우주선이다. 오는 12월 1차 실험발사 예정에 있다. 이를 앞두고 각종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비상 낙하산'이었다.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나사 측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비행사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오리온 낙하산'은 우주선에 이상이 감지됐을 때 1000분의 1초, 눈 깜짝 할 순간에 작동한다. 오리온에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은 비상시 자동으로 펼쳐지는 낙하산으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
오리온 우주선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하는 최첨단 우주선이다. 2030년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시작점이면서 차세대 유인 우주선의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리온에 들어가는 총 예산은 39억달러.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무려 4조원에 이른다. '4조원의 우주선'에 앞서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리온 낙하산의 총 책임자인 크리스 존슨(Chris Johnson)은 "우주선 발사에 있어 언제나 성공적인 발사와 임무가 이뤄지기를 원하는데 분명 알아야 할 것은 비상시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철저하게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미항공우주국. 안전의식은 어디에 봐도 눈꼽만큼도 없고, 대한민국 정부의 '정신 나간' 재난대응시스템…. 너무나 비교되는 이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에 슬픔과 허탈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11일째.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100명이 넘는 실종자가 그대로 있다. 돈을 위해 배를 제 멋대로 개조하고, 누가 탔는지 체크조차 하지 않고, 화물을 구겨 넣듯이 마구잡이로 싣고, 돈을 아끼기 위해 계약직 직원만 쓰고, 배가 눈앞에서 가라앉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속수무책인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은 완전히 실종됐다. 실종된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해 본다. 생존자와 희생자들, 그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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