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폭스 대학교는 100여년 전 우드-마(Wood-Mar)홀이라는 건물에서 출발했다. 이 건물을 짓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쳤던 우드워드여사와 마틴여사의 이름을 딴 건물이다. 이후 학교가 발전하면서 다른 건물도 생겨났지만 이 건물은 조지 폭스 대학의 역사이며 상징이었다.
그렇지만 '안전문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의 입장이었다. 심각한 갈등과 대립이 일어났다.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명분과 소신을 갖춘 강경한 입장이었고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 문제는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으로는 풀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들은 건축가는 많은 고심 끝에 대안을 제시했다. 우드-마홀을 그대로 두고 옆에 건물을 붙여서 신축하겠다는 안이었다. 신축하는 건물은 우드-마홀의 두 면을 완전히 둘러싸면서 견고한 지지대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앞에서 보면 우드-마홀과 신축건물은 두 개의 다른 건물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뒤에서 보면 신축건물의 뒷면만 보인다. 우드-마홀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안전성 또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조직은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직면해 있다. 문제에 따라 강압형이나 배려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때로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해결하는 타협형 해결책이 필요하기도 하다. 심지어 해결비용이 편익보다 더 크고, 다른 문제와 연결돼 있는 경우에는 회피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데 문제의 성격과 해결책이 맞지 않을 때는 '해결'이 아니라 '더 큰 갈등'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종합형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갈등을 강압형이나 타협형, 심지어 회피형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 생긴다.
조지 폭스 대학의 사례는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해결책을 찾은 건축가의 끈기와 창의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졸업생의 애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추억과 상징을 보존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제3의 방법을 선택한 학교 측의 포용력도 인상적이다. 갈등의 한가운데 봉착해 있는 이들이 한 번 돌이켜봐야 할 사례다.
美 조지폭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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