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차별과 차이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잘 보여주는 예가 여성과학자 문제다. 지난 수십년간 여성의 경제 활동과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판사, 의사, 외교관 등 전통적인 남성 우세 직종에 여성 진출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과학기술로 눈을 돌리면 분야마다 좀 다르지만 이공계 여성 전공, 종사자는 여성에 대한 적극적 차별이라고 보기엔 그래도 좀 있는 편이고 남녀간 '차이'의 적극적 인정이라고 보기엔 한참 모자라다.
첫째는 고위직 가설로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가정을 거의 내팽개쳐야 하는 전면적 헌신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키, 몸무게, 체력 등 인간의 여러 특질에 남녀 간 차이가 존재하듯이 수학, 과학 능력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난다는 선천적 특질 가설이다. 셋째는 사회적 차별 가설로 사회화 과정과 문화적 편견, 직장 고용 등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차별로 여성이 적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듣기에 매우 거북한 게 사실이다. 전국 신문과 온라인상에서 여성이 선천적으로 수학, 과학에 열등하다고 주장한 서머스 총장에 대한 맹비판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두 번째 가설은 와전된 것이었다. 두 번째 가설의 '차이'는 남녀 간 특질 비교에서 잘하고 못하고 '수준'이 아니라 '범위'의 차이였다. 즉 수학, 과학 능력이 남자들은 아주 못하는 사람과 아주 잘하는 사람의 분포가 여자에 비해 더 넓다는 가설이었다. 따라서 그 분포의 다양성이 실제 존재하는지 또 존재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과학기술계 여성 과소대표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해볼 만한 그야말로 '가설'이었다.
예컨대 임상실험에서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더 미세하게 고려하거나 교과서에서 흔히 정자가 난자를 뚫는 것으로 묘사되는 수정 현상이 실제로는 오히려 난자가 정자를 흡입하는 형태임을 주지시키는 것 등 젠더 관점에서 찾아내야 할 '차이'는 무궁무진하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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