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만을 다루겠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영유권를 비롯한 양국의 포괄적인 현안을 다루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루 전에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를 포함해 여러 현안을 국장급 협의 의제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한일 간 여러 현안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모두 포함해 조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답변했다.
이는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장급 협의에 대해 “이미 발표한 것과 같다.더 추가할 내용은 없다”고 못박았다. 외교부 당국자도 30일 “발표한 대로 국장급 회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국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다 못한 외교부는 30일 밤 성명을 내고 “상식 이하의 언동에 개탄을 금하지 못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외교부는 “이처럼 몰상식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아베 내각의 역사인식이 과연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대립으로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를 계속 중이라고 밝혔지만 한일 국장급 협의가 4월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로 연기되거나 아예 불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한 국장급 협의는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이유였던 만큼 협의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한일관계는 다시 급랭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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