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2012년 뉴욕과 토론토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혼의 소리로 열창을 쏟아낸 적이 있는 장사익은 올해 또다시 인구에 회자될 '전설판'을 준비 중이다. 태평소 한 자루가 전부였던 야인시절부터 장사익이 인연을 맺어온 춤의 사인방과 동행하는 무대다. 밀양 춤 가문의 종손 하용부(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보유자)의 '북춤', 유랑단체를 떠돌며 익힌 김운태의 '채상소고춤', 도살풀이장단 6박의 원형을 지켜가는 이정희의 '도살풀이춤', 영남의 옛 춤을 찾아 엮은 박경랑의 '교방춤'이다.
춤꾼들을 살펴보면 오랜 지역 내력이 돋보인다. 하용부의 '북춤'은 풍물 중에서도 북이 유명했던 밀양에서 비롯된다. 무형문화재 86호 '밀양백중놀이'는 북을 어깨에 걸머지고 오른손으로 치면서 춤을 췄던 명무 하보경을 중심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하보경의 손자인 하용부는 할아버지로부터 춤을 이어받았고 굿거리장단에 북을 울리면서 엇걸음으로 춤을 춘다. 그리고 자진모리대목까지 북을 울려대다 신명이 익으면 북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춤을 춘다.
'교방춤'의 '교방'은 예전 관아의 관기들의 예능을 관장하던 기관이다. 그래서 이 춤은 예기들이 교방을 통해 추던 춤이라는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 춤을 추는 박경랑씨가 진주의 명무 김수악의 문하에서 교방 굿거리 춤을 배웠다. 이 춤을 중심으로 영남의 춤가락들이 엮어지며 지금의 교방춤이 만들어졌다.
이번 투어 공연에는 소리와 춤에 더해 '연주' 역시 주목된다. 장사익의 즉흥성과 절묘한 호흡을 맞추는 연주에는 음악감독과 기타 연주를 맡은 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이 있다. 10여년을 장사익과 공연해 온 그는 재즈이면서도 굿판처럼, 공연의 단단히 여물게 하는 연주를 펼친다. 이와 함께 해금연주자 하고운, 모듬북의 고석용, 꽹과리의 신승균 그리고 타악에 최영호 역시 장사익 소리판의 멤버들, 트럼펫의 데니 크리스챤슨을 중심으로 색소폰의 커크 맥도날드, 피아노의 브라이언 디킨슨, 콘트라베이스의 마이크 다운스, 그리고 드럼에는 벤 볼로 등이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춤음악에는 정영만 남해안 별신굿 보유자가 나선다. 그의 징과 구음(노래)이 춤의 깊이을 북돋는다. 그의 구음은 “슬픔이 깃든 남저음의 목청으로 춤이 디딜 시간의 징검다리를 만든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들 장사익과 명인들은 북미 투어 후 오는 5월 23일 서울 강남구 엘지아트센터에서 귀국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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