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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금융감독원, 대개혁이 필요하다

최종수정 2014.03.25 11:18 기사입력 2014.03.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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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금융권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KT 자회사인 KT ENS의 부장과 일부 협력업체 대표들이 가짜 서류로 총 1조8335억원을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부정 대출받아 2894억원을 갚지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개탄스러운 일은 이 사건에 금융감독원 간부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간부는 최근 직위 해제됐으나 협력업체 대표 등과 9년 가까이 어울리면서 뒷돈과 해외 골프ㆍ향응 등 수억원대의 이권을 챙겼다. 올해 초 금감원이 사건 조사에 착수하자 해당 협력업체 대표에게 미리 알려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까지 받고 있다. 기가 찰 일은 해당 금감원 간부가 2000년대 중반 금감원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내면서 금감원 독립과 정부 영향력 배제 등을 주장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노조 핵심 간부 출신이 겉으로는 금감원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파렴치한 행태를 지속한 것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사들에 대해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지 말고 윤리경영과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해왔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금감원이 최 원장 취임 후 신규 개발한 '여신 상시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KT ENS의 불법 대출사기 사건을 적발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내부 감찰 및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금융 법질서를 제대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 경영진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서 왜 금감원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는가?

사실 금감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9년 은행감독원ㆍ증권감독원ㆍ보험감독원ㆍ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해 출범한 금감원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높은 급여와 정년 보장, 그리고 노조까지 모두 갖춘 소위 '신이 내린 직장'이다. 민간의 효율성과 정부의 공공성을 조화시키기 위해 반관반민 형태의 조직으로 출범한 원래 취지는 이미 퇴색됐고, 이제는 공무원과 민간기업 직원의 유리한 점만 모두 챙기는 기형적 조직이 돼 가고 있다. 이러니 차라리 공무원 조직이 더 낫겠다는 비아냥이 나올 법도 하다.

왜 문제점이 있는 줄 알면서도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 것일까? 2011년에도 부산저축은행 불법 인출 등으로 촉발된 금감원 개혁안 마련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TF는 민과 관이 갈려 개혁 범위와 철학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그 사이 금감원은 조직 보호를 위해 관료들 사이에 치열한 로비를 벌여 결국 용두사미 형태의 개혁에 그쳤다.
이번 사건과 같은 감독 부실 및 유착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문제이자 시스템의 문제이다. 무엇보다 금감원 및 감독 당국 임직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엄중한 국가적 책무를 소홀히 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관행과 문화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 금감원 인사가 가지 못하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힘 있는 감독기관 인사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따라서 한 기관만을 대상으로 한 개혁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전체 기관을 대상으로 절대로 피감기관과 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제 금감원이 발표한 특별검사국 신설 등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감독기관에서 은퇴한 후 일정 기간 관련 피감기관이나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러한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은퇴 전 경력을 세탁할 목적으로 타 부서에서 근무하는 꼼수도 막아야 한다. 금융회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관행을 없애고 상시 감찰과 내부고발 제도를 통해 전 직원의 청렴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사후적으로는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다시는 금융권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조직과 문화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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