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쑥하게 차려입은 60대 노신사는 최근 한 대기업의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당 채용박람회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중장년층과 여성 채용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대목을 보고 용기를 내 이곳을 찾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낀 실망감은 여느 채용박람회를 갔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고용확대'를 최고의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고용은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필요에 의한 결정이지 실업자들에게 수혜를 주기 위해 일부러 만든 행위는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잘돼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것에 딴죽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한 대기업은 '기업과 지역사회의 상생ㆍ발전하는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자는 차원'에서 일자리 1000개를 만들겠다고 홍보했다.
일자리는 대부분 이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상당수가 계약직이거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자리다. 나이 제한이 없다고 했지만 중장년층은 이력서 드밀 곳도 많지 않았다. 결국 이 채용박람회는 '중소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할 20~30대 찾는 자리'였던 셈이다.
기업도 할 말은 있겠다. 맡긴 것 찾아내라는듯 걸핏하면 정부가 눈치를 주니 바늘도 쇠몽둥이라 하고 생색을 내는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세무조사나 총수의 구속 또는 검찰 조사, 갑을 논란 등 캥기는 게 많은 기업일수록 유독 정부 정책에 민감하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들은 2000년대 이후 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서비스산업을 더 발전시켜 일자리를 늘려야하지만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유통ㆍ식음료 등 내수산업은 고용효과가 높다. 내수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진작과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현 단계에서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처방은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제규모 확대, 이것이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보다 진정성 있게 고용 정책을 펼 수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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