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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 ?"‥서현의 건축 여행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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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 ?"‥서현의 건축 여행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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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 ?" 건축가라면 종종 받는 질문이다. 건축가인 서현(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도 자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질문을 거부한다.

"스스로에게 던져야할 질문이다. 자신의 눈으로 건축을 봐야 한다. 감상과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건축물을 지어지는 동안에는 건축가의 솜씨와 구조 등 각종 과학이 개입하지만 완성된 후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만들어갈 지 결정하게 된다. 바로 그런 이치다. 건축을 향유하는 이들이 스스로의 눈을 통해 건축물을 읽고, 건축물에 반영된 우리 사회의 문화를 들여다 봐야 한다."
그동안 서현은 수많은 대중들을 건축세계로 안내해 왔다. 그를 통해 건축에 입문한 사람이 많다. 이를 감안하면 의외의 대답이다. 서현의 건축 안내는 '건축을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라'는 권유에서 딱 그친다. 늘상 서현은 도심 곳곳을 누비며 건축여행을 즐긴다. 끊임없이 공학과 인문을 넘나들며 건축이라는 문화의 퇴적층 밑바닥까지 샅샅이 헤집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서현은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1998년, 효형출판 출간)를 시작으로 '배흘림기둥의 고백', '빨간 도시' 등 여러 권의 책을 통해 건축과 대중 사이의 담을 부지런히 허물어 왔다. 그 중에서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는 좀 특이한 책이다. 이 책은 2004년 개정한데 이어 올해 3월 재개정해 독자들에게 다시 선보였다.

서현은 "시대가 바뀌었다.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더 윤기 있어졌다. 대중들에게서 받은 질문, 즉 ‘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에 답하기 위해 새롭게 내놓았다"며 "사람들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스스로 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마치 세월이 지난 건축물을 건축가 스스로 리모델링하듯, 책 하나를 오랜 시간에 걸쳐 보완하고 내놓기를 반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개정판은 개정판에 사진 수십 컷과 달라진 도심 풍경에 대한 감상을 추가해 펴냈다.

처음 책이 나올 때는 학제간, 학예간 벽이 견고하던 시기다. 또한 통섭적이거나 융합적인 이해는 물론 건축에 대한 인문적 시선도 협소했다. 기껏 건축교양서는 해외 건축물 기행을 담은 에세이가 대부분이었고 서점 코너의 서가에는 시험 문제집, 토목기사 안내서가 즐비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인문적인 건축 읽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단비 구실을 했다.

서현 이후 건축에세이, 답사기 등 건축관련 서적은 봇물을 이룬다. 어떤 건축서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2년간 서가에서 명맥을 유지하다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사사로운 이야기와 유명 건축물을 보여주는 책의 한계와는 분명 다르다.

서현은 "대중들이 수많은 책더미속에서 내 책을 알아봐 줄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며 "건축학도들이 필독서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것은 건축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은 독자들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지금 건설 붐은 꺼졌다. 헌데 오히려 건축 붐은 일고 있다. 사람들이 건축과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 짓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집 짓는 주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게다가 해외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박수치던 분위기도 수그러들고 있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반성도 뒤따른다. 장사꾼 논리로 싸게 짓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던 시기도 아니다."

서현은 "결국 우리 주거문화가 잃어버린 공간 '마당'을 찾아나서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공유'와 '나눔'의 가치를 반영한 주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축을 음미하는 방법은 건물을 보고, 그 속을 거닐어 보는 게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건물이라는 시간과 공간속을 걷다 보면 건물에 숨겨진 건축가의 언어를 듣고,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건축물은 단순히 벽돌이나 콘크리트를 쌓아올리는 게 아니다. 건축가들도 주섬주섬 여러 공학들을 끌어다 붙혀 창문을 내고, 방을 만들고 환기구를 만들진 않는다. 따라서 건축에는 사회의 역동성과 이해, 역사문화적 맥락, 이용자의 인문성까지 반영돼 있다. 그것이 잘 된 것이든, 잘못 된 것이든."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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