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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악바리 소녀시대' 너희가 구세주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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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 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 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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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1455일의 기다림. 모두가 울었다. 태극낭자들이 한국 쇼트트랙, 아니 한국 선수단을 수렁에서 건졌다.

박승희(22ㆍ화성시청), 심석희(17ㆍ세화여고), 조해리(28ㆍ고양시청), 김아랑(19ㆍ전주제일고), 공상정(18ㆍ유봉여고)으로 구성된 여자 쇼트트랙 대표 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9초498로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 2010년 2월 25일 밴쿠버 대회에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실격당해 우승을 놓친 응어리를 풀었다.
◇'심짱'의 달콤한 복수 =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사흘 전 1500m 결승에서 저우양(23ㆍ중국)에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금메달을 놓친 심석희. 그는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울먹인 뒤 계주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마지막 세 바퀴를 남기고 박승희 다음 주자로 들어섰을 때 한국의 순위는 2위. 선두 리젠러우(28ㆍ중국)가 저만치 앞서갔다. 또 은메달인가. 그러나 심석희의 무서운 추격이 시작됐다. 리젠러우가 코스 안쪽을 막고 버티자 바깥쪽으로 큰 회전을 그리며 달렸다. 세계랭킹 1위의 눈부신 스퍼트. 불과 반 바퀴를 남기고 리젠러우를 추월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이를 악물었다. 최광복 코치(40)가 허공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두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최 코치와 선수들이 한 데 엉켜 눈물을 쏟아냈다. 2위로 들어온 중국은 동영상 판독 결과 마지막 선수 교대 장면에서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 실격당했다. 한국은 4년 전 밴쿠버대회에서 당한 그대로 중국에 내준 금메달을 돌려받았다. 심석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무조건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심석희[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심석희[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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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 아픈 박승희, 은반을 울렸다 = 13일 500m 결승에서 넘어져 오른쪽 무릎을 다친 박승희는 메달을 기대했던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대신 3000m계주에 승부를 걸었다. 퉁퉁 부어오른 무릎에 테이프를 감아 통증을 달래면서도 눈빛은 투혼으로 이글거렸다. 역시 강심장이었다. 가장 부담이 큰 첫 번째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향해 가는 길을 텄다. 심석희가 드라마틱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자 끝내 눈물이 터졌다. 경쟁하던 선수에게 걸려 넘어져 금메달이 동메달로 둔갑했을 때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다. 조해리도 마음껏 울었다. 박승희가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쳤을 때도, 김아랑이 1500m 경기를 앞두고 급성 위염에 걸려 고통스러워할 때도 따뜻하게 후배들을 안아주던 '맏언니'. 그는 올림픽 두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올라 4년 전 노 골드의 한을 풀었다. 대만계 화교 3세로 금메달의 꿈을 안고 귀화한 공상정의 공도 컸다. 그는 김아랑을 대신해 출전한 준결승에서 잘 달렸다. 대표 팀이 결승에 진출하고 김아랑이 회복되자 후보 선수 자리에서 언니들을 응원했다.

◇ 이상화, 껑충껑충 뛰었다 =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2연속 우승한 이상화(25ㆍ서울시청)도 여자 쇼트트랙팀을 응원했다. 큰 헝겊에 응원문구를 손수 써서 갖고 나갔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괜찮아. 다치지만 말아줘. 이미 당신들은 최고. 달려라'라고 쓴 다음 선수들의 이름을 새기듯 차례로 적었다. 심석희가 결승선을 넘는 순간 이상화는 관중석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선수들은 꽃다발을 받는 행사가 끝난 뒤 관중석을 찾아가 이상화를 만났고, 다시 한번 한 덩어리가 되어 울었다. 한국 선수단에도 아연 화색이 돌았다. 종합 순위가 17위에서 15위(금 2개ㆍ은 1개ㆍ동 1개)로 올랐다. 금메달 4개 이상, 3회 연속 톱 10 진입이라는 당초 목표에 더 도전해볼 여지가 남았다. 9위 폴란드(금 4개)와 10위 중국(금 3개ㆍ은 2개ㆍ동 1개)이 시야에 들어왔다. 쇼트트랙의 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출전 선수 모두 준준결승에 진출한 여자 1000m와 남자 500m가 남았다. 경기는 22일 재개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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