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가부채 1000조원'이 갑자기 '공공부채 821조원'로 바뀌는 과정은 납세자입장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정부와 공기업 간의 내부거래는 물론이고 4대연금의 충당부채,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 우발채무, 한은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등 불확실하지만 미래에 잠재적인 부채들이 모두 제외되고 별도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로 만든 공공부문부채에서는 이 규모가 821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821조원은 일반정부부채(504조, 국가채무+비영리공공기관 부채)와 비금융 공기업(LH, 한전 등 153개 기관) 부채(389조)를 합산한 결과(894조)에서 내부거래(73조)를 제외해서 산출됐다. 정부 및 공기업간의 내부거래는 이중·과다계상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연금충당부채, 국민연금 보유국채, 보증 채무 등은 부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빠졌다. 또한 금융 공기업은 예금이 부채로 인식돼 일반적인 부채와 다르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혈세로 메우는 공무원·군인연금, 부채가 아니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의 충당부채가 빠진 것도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별도 공개를 택했다. 충당부채는 미래지급규모를 추정한 것이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2012년 말 현재 436조9000억원(공무원 351조4000억원, 군인 85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1년(342조1000억원)보다 95조원 가량이 증가했다.
◆세 부담 전이가능성 220조 불과?=정부는 821조 가운데 혈세로 갚을 가능성이 높은 부채, 이른바 적자성채무는 220조원(2012년 말 기준)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미 지난해 "적자성채무가 올해 274조원, 2017년에는 328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가채무에서 적자성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정부가 진 빚의 절반을 세금으로 갚은 것이다.
적자성채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나라 살림에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세수 부족현상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발생했고 올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부채가 곧 국민부담으로 전이되지는 않고 경영 합리화를 통해 부채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납세자에게는 공기업부채도 국가부채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공기업이 부채 상환을 위해 요금을 올리면 간접세가 오르게 되고 부채를 상환 못해 파산하면 그로 인한 부담은 정부로 돌아오고 이는 결국 납세자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온다.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의 재정통계 개편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 정기적으로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가채무의 포괄범위와 회계처리, 규모 등 그간 논쟁이 돼온 부분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미래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국가채무 규모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국가채무에 전체 공공기관부채, 국가 충당부채 및 보증채무를 단순 합산할 경우 부채가 과다 계상돼 대외신인도나 국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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