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반색했다. 야권이 갈라서면 어부지리다. 민주당은 다급하다. 분열은 선거 패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신당과 민주당이 2ㆍ3등 싸움하는 것은 서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김한길 대표)라거나 "견제세력을 약화시키는 분열은 새 정치가 될 수 없다"(전병헌 원내대표)며 당 지도부가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그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분석이 솔깃하다. 박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신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낙선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두는 듯하다"며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의 광역단체장 2~3곳 당선 목표도 "호남에서 2석을 이기고 민주당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신당으로선 지방선거가 첫 도전이다. 가장 좋기로는 목표대로 2~3곳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악은 신당은 망하고 민주당은 흥하는 것이다. 차악은 둘이 같이 사는 것, 그리고 차선은 둘이 같이 죽는 것이다. '민주당과 2등을 겨루는 건 공멸로 가는 길'이라는 비난에도 연대론에 부정적인 이유는 하나, 모든 상황을 차기 대선과 연결 지어 보기 때문이다. 대선 가도에 민주당은 걸림돌이다. 당연히 신당의 1차 목표는 민주당을 깨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 다음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게 현실 정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정치판에서 신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새정치추진위원회 면면은 대체로 민주당 출신이거나 흘러간 옛 사람들이다.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 창당 선언 후 첫 행선지는 민주당의 텃밭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였다.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의도다. '7當 6落'이라며 기존 정당의 돈 공천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렇다. 과거사를 끄집어내 상대방을 비난하는 행태, 많이 보던 수법이다.
안 의원은 어제 부산시민과의 간담회에서 "새정추 출범 이래 두 번 이상 방문한 도시는 부산이 처음"이라며 부산이 고향이라는 점을 각별 강조했다. 새 정치가 지향하는 '지역주의 극복'과는 사뭇 동떨어진 얘기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론'이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적극 해명하지 않는 것도 개운치 않다. 양보론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안 의원에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 아닌가. 이중 플레이다.
물론 야권 연대가 아주 끝장난 건 아니다. 안 의원은 18대 대선 때 '완주하겠다'고 하고는 후보 등록 이틀 전에 돌연 물러섰다. 정치적 셈법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민주당과는 2016년 총선 때 결판내도 늦지 않을 터.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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