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신림면의 씨오리농장에서 최초로 신고됐다. 다음날인 17일 H5N8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서 올들어 AI의 첫 발병을 알렸다. 이후 전북 부안과 고창을 중심으로 육용오리에 대한 의심신고가 들어왔고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25일에는 충남 부여에서 닭이 고병원성 AI감염이 처음 확인됐다. 전남 해남, 전북 부안, 전남 나주와 영암 등에서 신고된 씨오리와 육용오리 등에 대한 검사 결과도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높다. 26일 오후 2시 현재까지 9건의 의심신고가 들어와 양성이 5건, 검사가 진행중인 것이 4건이다. 의심신고가 들어와 음성 결과가 난 것은 없다.
살처분 지역과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까지 방역당국은 발병농가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의 닭과 오리를 모두 살처분했으나 반경 500m∼3㎞ 범위에서는 오리만 살처분했다. 그러나 AI가 닭에도 옮겨지면서 오리와 닭의 살처분 반경을 3km이내로 확대했다. 지금까지 35개 농장 48만8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완료됐고 향후 42개 농장 174만9000마리(잠정)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AI로 살처분되는 가금류는 224만마리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처음에 AI가 폐사한 일부 가창오리떼에서 전파됐다고 보고 철새의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살처분과 방역을 강화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48시간 동안 전남북과 광주광역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호남권 밖으로의 확산을 막고자한 조치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남선은 쉽게 뚫려버렸다. 방역당국은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 일대에서 처음 발생한 AI의 발병원인을 철새로 보고 있다. 철새가 아닌 가금류(닭ㆍ오리 등) 농장에서 발생해 철새에 전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10km 방역선 밖으로 AI가 전파된 사례가 없다는 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철새에 의한 산발적 감염과 방역선 내 다른 농장의 발병 외에 축산차량 이동이나 유통과정의 무차별 전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판단의 근거다. 전국단위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에도 신중한 입장이다. 각 지자체와 농가의 경각심이 높아져있고 예방과 소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동을 멈추고 소독을 하는 것은 실효성이 적어서다.
방역당국은 AI가 상황이 더 악화되면 재난대응수준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높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AI 창궐 때 재난대응수위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단계로 올린 적이 있다. '심각'단계가 되면 농식품부 내의 상황실이 범부처가 참여하고 안전행정부장관을 본부장으로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본격 가동된다. 중앙재해대책 본부가 가동되면 전국의 통제초소에 소독장치가 설치되고 전국 관련 농가의 모임행사가 중지된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일시이동중지명령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면서 "농가에서 소독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유통단계에서 점검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한다. 지금은 오염도를 낮추는 게 가장 필요하다"면서 "(이동중지 명령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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