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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떼먹는 하루살이보다 상품 부화시키는 나비로 살자"

최종수정 2014.01.20 11:25 기사입력 2014.01.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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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믿을맨'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위기에도 구조조정 無·순익 업계 1위
2015년 베트남·인니 5대 증권사 목표
위탁자산 수수료 등 규제 완화 절실
올핸 ELS 위주로 보수적 투자해야


'유지경성(有志竟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꺼낸 말이다. 굳건한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뤄낸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증권업계가 기나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와중에도 해마다 흑자를 내며 승승장구한 최고경영자(CEO)도 올해가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을 직감해서일까. 임직원에 던진 새해 첫 메시지에는 '위기 타개'를 위해 더 독하게 정신무장해달라는 주문이 담겨있다. 수수료 수입 위주의 제살깎기 경쟁에서 벗어나 다변화된 상품 공급으로 '여의도 믿을맨'으로 자리한 유 사장에게 향후 증권사 생존 열쇠와 투자포인트를 들어봤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유 사장은 "증권사가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외국의 PB 비즈니스처럼 고객이 맡겨놓은 자산의 일정 부분을 증권사 직원이 맡아 투자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자산 운용퀄리티 향상을 기할 수 있는 제반여건 조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유 사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위기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였다. 회사 규모를 줄이거나 지점을 축소하는 등의 구조조정 없이도 지난해 상반기(4~9월) 기준 65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3년 연속 업계 1위다.
유 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사업구조 변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식거래 수수료가 점점 낮아지자 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 그는 증권업의 어느 사업 부문 하나 뒤떨어지지 않게 고르게 수준을 높였고 각 부문을 3위권 내로 올려놓았다. 특히 개인ㆍ기업ㆍ해외 시장을 아우르는 영업망을 구축해 주가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유 사장은 "대기업집단이나 은행계열이 아님에도 순익 1위를 차지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개인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신규수익원을 발굴해 손익 1등은 물론 전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업계 불황 속에서 대부분의 증권사가 채용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지만 좋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증권업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했다. 유 사장은 "증권시장은 싸이클이 있는데 몇 년후 호황을 대비해 인재를 뽑아 훈련시켜야 한다"면서 "꾸준한 고용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IB들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꼽은 곳은 바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유 사장은 "2015년까지 현지에서 5대 증권사안에 진입하겠다"며 "베트남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면 이를 다른 신흥시장에 이식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금융회사들과의 전략적 사업협력을 통한 오일머니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 인베스트먼트 뱅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가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유 사장은 "투자자들을 유인해서 시장을 키워야 하지만 제약이 많다"면서 "고객 자문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돼 있는 부분을 풀어준다면 국내 증권사의 자산관리 영업이 선진국처럼 한단계 레벨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고객의 위탁 자산에 대해 일정 수수료를 받으면 조객과 증권사의 이해가 같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에서 제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의 소비자보호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는 단호히 취하겠지만 여러 증권업 관련 규제는 완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증권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가 안 될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6.5%였는데 여전히 증권업무와 상품에 대한 규제로 업계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생상품의 경우 한때 세계 1위였지만 지금 9위로 떨어진 이유는 바로 규제에 있다"면서 "돈 있는 투자가들의 입맛에 맞도록 단품 위주보다 다양한 상품을 제때 공급해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건전성 기준이 되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유 사장은 "NCR 자산의 계산 방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고 공공기관의 거래 증권사 선정 기준을 조정하는 것을 정부가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함께 증권사 스스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증권사가 근시안적으로 외형을 키우기 위해 수수료 덤핑 경쟁을 한다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수익성은 추락할 것"이라며 "제대로 서비스하고 제대로 수수료를 받아야 재투자로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대해선 보수적 관점으로 내다봤다. 유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계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포트폴리오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주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 일본 등의 최근 움직임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유럽은 서서히 좋아지고 있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수 있다. 중국도 내수 부양에 앞장서고 있으며, 일본이 성장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도 긍적적이지 않는데다 우리나라 기업 이익이 최대한 늘어봤자 1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6~8% 수익률을 제시하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으로 원금을 최대한 지키며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뜻을 더욱 굳건히 한다면 반드시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차별화해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살아남겠다"고 덧붙였다.

대담=김종수 부장
정리=진희정 기자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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