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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떠돌다 100년 만에 고국 돌아온 '조선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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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 美 허미티지 박물관에 있던 조선 불화 반환 추진

해외 떠돌다 100년 만에 고국 돌아온 '조선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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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1730년대 조선 영·정조 시대에 어느 사찰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불화가 일제강점기 때 해외로 유출됐다가 100여년 만에 다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7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 불화는 가로 세로 각 3m가 넘는 대형 불화로,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진 뒤 일본으로 반출돼 일본 미술품상 야마나카상회(山中商會)에 넘겨졌다. 이후 1930년대 후반에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 미술시장을 전전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 불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불화는 미국 버지니아주 박물관협회로부터 '2011년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선정돼 복원 및 보존처리 지원 등을 도와줄 후원자를 찾고 있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사 결과, 이 불화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함을 갖추고 있는 현존 유일본이라고 판단, 불화의 국내 반환을 추진하게 됐다.

이 불화는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각각 그려 넣고, 10대 제자 중 아난존자와 가섭존자를 석가모니 부처 앞에 강조해 넣은 '석가삼존도' 형식을 갖추고 있다. 조선불화 전문가들은 석가모니 광배(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나 대의(大衣)의 문양 등은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의 양식이고, 삼존의 구도나 보살의 표현(보관과 영락장식)은 1731년에 제작된 송광사 응진전 '석가모니불도'와 매우 유사한 점으로 미루어 1730년대를 그 제작시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불화와는 파격적으로 다른 모습도 있다. 기존 불화에는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상단부에 작게 묘사돼있는데, 이 불화에는 두 인물이 석가모니 부처의 하단 전면에 크게 부각돼 서로 대화하듯 극적으로 표현돼 있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이 불화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는 파격적인 도상양식을 갖추고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희귀할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며 "아난존자, 가섭존자,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협시불 등 등장인물의 섬세한 표정 묘사 등은 일찍이 조선 불화에서 보기 드문 수작에 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사적 가치에 비해 지난 세월 불화가 겪은 고초는 상당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미술품상 야마나카상회에 넘겨진 불화는 이후 1942년에는 미국 톨레도박물관에 잠시 전시되는 등 미국 내 미술관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일본 재산의 몰수를 위해 설치한 '적국자산관리국(APC)'에 의해 야마나카상회의 모든 미술품이 몰수되면서 이 불화 역시 경매에 넘겨졌다. 불화는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한 끝에 1944년 최종 낙찰가 450달러에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렸다.

이후 1954년 노포크박물관에 20년간 장기 대여 형태로 전시됐다가 1973년 다시 허미티지박물관으로 돌아온 불화는 40년간 둥글게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보관됐다. 지난해 7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허미티지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불화의 보관상태를 직접 조사해 반환을 추진했다. 결국 지난달 19일이 돼서야 불화는 고국에 돌아와 현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불화의 조사과정에서 일본 미술품상 야마나카상회가 미국 내 미술품 시장에서 우리의 문화재급 미술품을 판매하다 미국 정부에 의해 강제 압류돼 경매에 내놓았던 목록과 그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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