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하는 '전세난민'들이 늘면서 경기도까지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171만3654명이었다. 이중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겨간 인구는 30만5970명이다. 수도권으로 옮겨간 인구 중 17%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전세 매물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전세금 상승분을 메우는 데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전세금 저렴한 수도권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에 전셋값 폭등은 수도권 전반적인 현상이 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역별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 59.22% ▲경기 65.09% ▲인천 57.69%를 기록했다.
통상 전세가율이 60%이면 매매로 전환된다고 하지만 그 공식이 깨진지 오래다. 경기도와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매매가가 전셋값의 90%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매매가는 내려가고 전셋값만 치솟은 결과다.
경기도 내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가율이 70%를 넘은 곳은 ▲군포(72.4%) ▲광명(71.1%) ▲화성(71%) ▲의왕(70.6%)이다. 경기도 전세가율이 30~50%대였던 2009년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다. 군포는 2009년 47.5%, 광명은 2009년 42.2%, 화성은 40.74%, 의왕은 43.4%로 대체로 40%대를 웃돌았다. 4년새 70%까지 육박하게 된 셈이다.
이밖에도 500가구 이상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세가율이 85%를 초과한 단지들도 40개 단지가 넘는다. 경기도 내에서는 화성시가 가장 많았다. 전용 40~85㎡로 대부분 소형 아파트다.
총 43곳 중 화성시가 20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광명시 7곳, 수원 5곳, 서울 3곳, 안양 용인 각 2곳, 인천, 남양주, 시흥, 안산 각 1곳이었다. 용인시 상갈동 상갈주공3단지 50㎡는 전세가율이 92%에 육박했다. 상갈주공3단지 매매가는 1억8500만원, 전셋값은 1억7000만원으로 15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화성시 T 공인 관계자는 "12월 들어서는 전세도 약간 주춤해 졌지만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너무 적다보니 세입자들은 융자 없는 집만 골라서 들어간다"며 "집주인들은 여전히 받을 수 있는 한 최대한 받으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화성시 병점동 주공그린빌 2,4,5,7단지 52~76㎡도 전세가율이 90~91%에 달했다. 주공그린빌 4단지와 5단지 76㎡ 매매가는 2억1000만원대이고 전셋값은 1억9500만원대로 25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전세가율은 91%에 달한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다보니 계약하는 손님들도 상당히 불안해한다"며 "2년 후에 전세금이 내려갈 수도 있는데다 매매가도 오른다는 보장이 없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