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설립 이래 첫 공권력 투입...정부 강공책이 빚은 '파국의 점증법'
22일 경찰의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 실패를 지켜 본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경찰을 앞세운 정부의 초강경 대응은 지도부 검거에는 실패한 대신 민주노총의 '고강도 투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만에 노-정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노동계는 민주노총 강제진입 사태를 정부에 대한 반격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화ㆍ공무원노조 설립 신고서 반려 등으로 노동계를 압박해 왔다. 그러나 이번의 강제진입 시도는 철도노조 파업을 조기 진압하려다 민주노총 전체와 맞서 싸우게 되는 역효과를 내게 됐다. 특히 파업 조기 진압의 관건이었던 철도노조 무력화에 실패했고, 오히려 강제 진압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등 철도 파업의 사회적 이슈화를 촉진시켜 철도노조 내부의 단결력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한편 정권 반대 세력과의 연대를 부추겨 오히려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줬다는 분석이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철도노조원들을 만나 보니 지친 기색도 없이 '이번처럼 대중적 지지를 많이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잔뜩 고무된 분위기였다"며 "대중적 명분을 쥐고 있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쉽게 파업을 접을 리는 만무하고 정부도 먼저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여 최소한 내년 연초까지는 파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동계의 반격의 향배는 시민사회단체ㆍ야권 정당들의 연대 움직임이 얼마나 견고하게 전개될지에 상당 부분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경찰 강제 진압 직후 참여연대ㆍ경실련 등 전국 220여개 주요 시민 단체가 참가한 '철도공공성시민모임'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히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를 응원하고 나서는 등 힘을 모으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23일 오전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정홍원 총리의 발언 등 철도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철도노조를 강경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강력 규탄했다.
야당들도 이번 강제 진압을 계기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해 모처럼 한 목소리로 정부의 강경 진압 반대 및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 조직 중 가장 '단련'이 잘 돼 있어 여러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 온 노동계가 국가기관 대선 개입 논란, 대선 불복, 공약 미이행 등 민감한 이슈에 적극 결합할 경우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선 섣불리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실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가 단 한 번도 합법화 이후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하지 않았던 이유는 노동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것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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