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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사회 갈등만 더 키운 공권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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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닌 2013년입니다. 우리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겁니까."

철도노조 파업 14일째를 맞이한 22일 오전 9시30분. 주말 이른 아침부터 서울 중구 정동 일대는 경찰병력과 이들을 태우고 온 버스로 가득 찼다. 경찰 5000여명이 향한 곳은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건물. 1995년 설립된 민주노총에 18년 만에 처음으로 공권력이 투입되는 순간, 격렬한 저항과 탄식이 현장을 뒤덮었다.
수배된 철도노조 지도부 일부를 체포하기 위한 경찰의 강제 '진입'과 '진압'에 맞서던 노조원들은 팔다리가 붙들린 채 현장에서 연행됐고, 항의하던 국회의원들은 격리 조치됐다.

인간띠를 이루고 있던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던 시위대는 캡사이신 최루탄 앞에 맥없이 힘을 잃었다. 현장을 찾은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부를 향해 비판과 성토를 쏟아냈고,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경찰은 엄정한 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체포영장 집행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입장이지만, 병력 투입으로 파업사태를 진정시키기는 커녕 무리한 공권력 투입이라는 거센 반발만 샀다.
이날 법률가 단체 소속 회원들은 현장을 찾아 "10명이 채 안되는 노조원을 검거하기 위해 수천명의 병력을 투입한 것은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며,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질서유지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선택해야 하는, 정부의 '최후의 무기'다. 즉 공권력 투입을 하기 전에 많은 대화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깨진 유리조각이 나뒹구는, 민노총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경찰력 강제 진입의 아수라장을 지켜보며 이날의 경찰의 '과감한' 강수가 과연 그런 고민과 사려를 거쳐 나온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씁쓸함은 이날 민노총 건물을 뒤덮은 최루탄보다 더 매웠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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