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외면하고 외산만 찾는 농협"…中企 분통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계가 농협이 영업점 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 국산장비를 외면하고 외산장비를 선호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농협과 통신사 측은 '안정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주대철 한국정보통신산업 협동조합 이사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산장비를 사용해도 아무 문제점이 없음에도 불구, 농협이 외국장비로 모든 망을 구현하려 한다"며 "농협의 선택은 ICT(정보통신기술)산업의 농사꾼 같은 국내 ICT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영업점 통신망 구축사업은 연 임대사용료만 335억원으로 5년간 약 1700억원의 임대사용료를 지불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개별적으로 구축했던 영업점 통신망을 통합해 고도화하는 작업으로, 기존 시스템 내에서 에지(edge) 장비를 공급하고 있었던 중소기업계도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특히 장비 채택을 앞두고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회장이 "망 구성 관련 국산장비를 채택하도록 독려하겠다"고 약속해, 중소기업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상황은 딴판이었다. 농협 사업자 후보인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통신 3사는 대용량 '코어' 부분은 물론 에지 부분까지 미국·프랑스 합작사인 알카텔 루슨트사의 장비를 제안했다. 농협은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중소 장비업체들은 반발했다.
주 이사장은 "장비에 대한 변별력도 없이 통신 3사가 한 회사의 장비를 제안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외산 장비를 선호하는 농협의 요구를 반영, 통신사들이 외산 일색의 제안서를 낸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중소 장비업체들은 이후 여러 차례 선정 이유에 대해 농협과 접촉을 진행했으며, 청와대·국회·감사원 등 관계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직접 중소기업 참여 요청에 대한 공문서를 보냈으나 농협은 역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농협이 KT와 국산 장비 제조사 간의 회의를 주관해주는 한편, 에지 장비만이라도 국내 기업들이 공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KT와 농협은 안정성과 망 최적화를 위해 외산 장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KT 측 관계자는 "금융에 관련된 장비임을 고려, 안정성이 검증된 장비를 제안할 필요가 있었다"며 "알카텔 루슨트 장비는 레퍼런스(참고) 1위이며, 망 최적화를 위해 에지 장비까지도 같은 회사의 장비를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농협 역시 "장비를 선택·제안하는 것은 통신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우리가 외산 장비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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