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 도는 재래시장…"마트보다 싸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오랜만에 포근한 날씨였던 지난달 30일 낮, 동대문 완구거리는 주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장난감을 보러 온 가족 단위 고객이 가장 눈에 많이 띄었고, 봉제인형을 담은 큰 비닐봉투를 여러 개 든 외국인 고객들도 더러 보였다.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 종합시장, 흔히 '완구거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한때 크리스마스 트리 공급의 메카라고 불렸다. 트리 도매상들이 모여 있어 각종 크기의 트리와 장식품들을 다른 곳보다 30~40% 정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전국 도매상은 물론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완구 역시 백화점보다 30~40% 저렴한 도매가로 살 수 있다.
완구거리 초입에 위치한 P사 점원은 "1.2미터짜리 트리가 1만8000원, 지름 4센티미터 볼 여섯 개 들이가 1200원, 지름 8센티미터 볼 네 개 들이는 2200원으로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트리를 꾸밀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고객이 가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에 감는 LED조명 가격이 마트와 비교해 얼마나 저렴하냐며 점원에게 물어오는 고객도 있었다.
장난감 가게는 트리 가게보다 더 북적였다. 가게 앞 도로 곳곳에 변신로봇·레고·팽이 등 인기 완구가 쌓여 있었고, 그 앞에는 제품을 좀 더 가까이 보려는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완구거리 안에서 제일 규모가 큰 승진완구는 레고와 인기 로봇, 인형 등을 보러 온 고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비켜주세요'라는 점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백화점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제품을 최대 40%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고 있는 완구거리. 그런데 정작 상인들에게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난다'는 것. S문구사 대표는 "주말인데다 날도 풀려 손님이 많아 보이지만, 예전만큼 크리스마스 느낌은 안 난다"며 "손님들도 외출하는 길에 물건만 보러 나온 것인지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불황에 손님들이 씀씀이를 줄인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불황이라 재래시장이 죽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생기는 대형마트들에 손님을 전부 빼앗기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상황이 나빠진다는 느낌 뿐"이라고 말했다. 정만례 승진완구 대표도 "주말이니 손님이 많이 몰리는 것 뿐"이라며 "상인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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