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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써 온 ‘천안호두과자’, 국산으로 만들자(종합)

최종수정 2013.11.28 22:07 기사입력 2013.11.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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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베트남산 호두에 중국산 팥으로 만들던 호두과자전문점들, 광덕호두에 우리밀, 천안팥 써

지난해 천안시청 1층에 문 열은 천안 호두과자 점. 이곳에선 천안 광덕산 호두와 우리밀, 국산 팥으로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천안시청 1층에 문 열은 천안 호두과자 점. 이곳에선 천안 광덕산 호두와 우리밀, 국산 팥으로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 천안 명물 ‘호두과자’에 수입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호두과자가 모두 수입산 재료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은 뒤부터다.

이에 대해 국산재료가 비싸기 때문에 수입한 호두와 팥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업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천안시에 있는 몇몇 호두과자전문점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국산 호두와 팥, 우리밀을 쓴 호두과자를 만들어 왔다.
◆80여개 천안지역 호두과자전문점, 수입산이 대부분=지난 수십 년 동안 천안호두과자에 천안의 원재료는 단 한 가지도 쓰이지 않았다.

천안시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호두과자전문점은 모두 80여개. 이들 대부분은 수입한 호두과자와 팥을 써왔다.

호두과자 주요 재료인 호두는 미국과 베트남, 북한산, 팥은 중국산, 밀가루는 미국과 호주산을 쓰고 있다. 국산 재료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이 비싸다는 생각에서다. 국산으로 만든 호두과자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 언제부턴가 그 공백을 수입 호두, 밀가루, 팥이 서서히 자리 잡았다.
28일 천안시와 천안시 광덕면 호두생산 농가 등에 따르면 천안의 호두 생산량은 ▲2009년 70.59t ▲2010년 68.27t ▲2011년 67.48t ▲2012년 67.07t으로 매해 줄었다.

봄철 이상 저온과 일조량 감소, 청설모 영향이 컸다. 실제 광덕면과 광덕농협은 청설모 포상금을 내걸어 2009년 5572마리, 2010년 2092마리, 2011년 2786마리, 2012년 2310마리를 잡았다.

호두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호두과자 원재료 값은 올라갔다. 호두가 풍년인 올해의 경우 kg에 2만5000원 정도다. 하지만 흉년에는 3만원선에서 거래됐다. 이에 비해 수입산 호두는 kg에 1만5000~1만6000원이면 살 수 있다. 국내산보다 수입산을 쓰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한 봉지에 24~25개가 들어있는 국내산 호두과자는 1만원에 팔리는 반면, 수입산은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원산지를 속여 팔다 망신을 당한 호두과자전문점도 나왔다. 지난해 6월 천안시가 원산지표시 단속을 벌인 결과 신부동 H호두과자가 가격이 싼 미국산 호두를 쓰고도 이를 북한산 등으로 원산지를 속였다.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한 농장의 호두나무.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한 농장의 호두나무.


H호두과자는 78년 전통의 원조임을 내세워 시민들의 인기를 얻었으며 전국에 체인점을 운영 중이다.

◆국산재료로 호두과자 만들자는 움직임=하지만 모든 호두과자전문점이 무조건 수입산을 쓰는 것은 아니다. 2009년쯤 천안 호두과자 업계에서 “천안 호두과자만이라도 국산 호두, 국산 밀가루, 국산 팥(앙금)을 써서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산 재료로 만든 호두과자는 값이 비쌌다. 소비자들은 싼 호두과자만 찾았다.

최근 들어 다시 국산 재료로 호두과자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천안광덕호두살리기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이종민(54)씨를 중심으로 천안에서 생산된 재료가 들어간 호두과자를 만들자는 운동이 일었다. 이씨는 수입 밀가루가 아닌 우리밀을 쓰자는 계획에 우리밀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천안시는 2010년부터 이곳에서 생산된 우리밀을 호두과자업체에 공급했다. 그 결과 올해 천안지역 호두과자업체의 절반정도가 국내산 밀을 쓰게 됐다.

이종민 사무국장은 “수입호두와 국산호두는 고소함에서 차이가 난다”며 “수입산은 창고에서 오래 보관해도 쥐가 먹지 않는다. 여러 첨가제를 넣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천안밀에 광덕호두, 국산팥으로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다.

광덕 호두농가 관계자는 “호두는 ‘해거리’라고 해서 한해 풍년이 들면 이듬해는 생산량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다”며 “호두 생산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생산성은 기대해도 괜찮은데 단가를 이유로 업체들은 수입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천안지역에서 생산된 호두는 농협에서 모두 수매한 뒤 개인이나 호두과자 판매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광덕호두 모습. 수입호두보다 국산호두가 향이 더 짙고 고소하다.

광덕호두 모습. 수입호두보다 국산호두가 향이 더 짙고 고소하다.


광덕호두과자 관계자는 “우리는 직접 호두나무를 재배하기 때문에 모두 국내산 재료를 쓰고 있다”면서 “고속도로 천안휴게소조차 지역 특산품인 호두과자에 수입산을 쓴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차가 가장 큰 팥도 천안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에 나섰다. 올해 광덕면 대덕리에 ‘팥 거점 생산단지’가 만들어져 1.2ha에서 앙금용 팥 품종인 ‘아라리팥’ 종자 2000kg을 심었고 2014년에는 50ha이상 파종할 계획이다.

천안시에서도 국산재료를 쓴 ‘천안명물 호두과자’ 알리기에 나섰다. 천안시는 지난해 초 시청 1층에 호두과자점을 문 열었다. 이곳에선 100% 천안광덕호두와 천안밀, 국산 팥을 써서 시청 안에서 직접 호두과자를 만들어 판다.

호두과자 국산화 움직임에 맞춰 조금 비싸더라도 국산 재료로 만든 호두과자를 찾는 관광객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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