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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조카 생활고 시달리다 밀입북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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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매헌 윤봉길 의사의 조카 윤모(66)씨 등 밀입북자 3명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북측 관계자들과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회합·통신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 의사의 조카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윤 의사의 조카이니 잘 대접받을 것’이란 생각에 밀입북을 택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최성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윤씨와 이모(64)씨, 송모(26)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어려운 생활형편과 건강 악화 등에 시달리다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2010~2011년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몰래 넘어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씨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중소 언론사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윤씨는 80년대 중반 윤봉길 의사의 유족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정부에서 받은 독점 영업권을 밑천삼아 광고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독점권을 상실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결국 12년만에 폐업했다.

이후 종교매체, 위성방송 관련업체, 판매 영업사원, 소규모 언론사 기자 등을 전전하다 급기야 직장 없이 여관을 떠도는 신세가 된 윤씨는 2005년 말부터 밀입북 직전까지 삼촌인 윤봉길 의사 기념 사업회 건물의 숙직실에 머물러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 차례 파경과 뒤이은 별거로 두 번에 걸쳐 결혼 생활에도 실패한 윤씨는 결국 ‘한국에서 고통받느니 북한에서 생활하면 윤 의사의 조카이므로 나은 대접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 ‘북한이 경제적으로 못살고 힘든 나라지만 마음만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끝에 밀입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8월 밀입북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윤씨는 북경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과 접촉해 월북을 시도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북한 함경북도 인접 지역까지 이동한 뒤 이듬해 1월 두만강을 건너 함북 온성군에 도착했다.

윤씨는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남한의 빈부격차 정도나 실업자 숫자, 정치·경제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진술하고, 김정일 사망 당시 분향소를 참배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막노동, 사진촬영, 농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의 경우 어려운 생활 형편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지낸 데다 본인은 물론 아내까지 건강이 나빠지자 ‘남한 생활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비전향장기수 문제에 관심을 갖기도 했던 이씨는 가족을 이끌고 북한으로 넘어가려고 2006년 3월 북경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자녀들의 밀입북 의사가 불분명하다며 거절당했다.

이듬해 국내로 돌아온 이씨는 고철·폐지 수집으로 연명하며 다시 북한으로 넘어갈 기회를 엿보다 2010년 중국으로 건너간 뒤 이듬해 5월 압록강을 건너 부인과 함께 북한 양강도 신파군에 도착했다.

이후 원산의 초대소에 부인과 함께 머물던 이씨는 북한 측 조사관과 아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다 2011년 10월 우연한 다툼 끝에 결국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도 받고 있다. 이씨는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관학교, 한의대 입시에 잇달아 실패한 뒤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송씨는 궁핍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며 2009년 중국을 거쳐 이듬해 1월 두만강을 건너 북한 함북 온성군에 도착했다.

송씨는 밀입북에 앞서 2006년께부터 북한 대남 선전선동 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등을 통해 북한체제에 대한 찬양·선전을 접하면서 ‘북한은 가진 것 없는 사람도 대우하고, 의식주 걱정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한 사회’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밀입북 뒤 원산 초대소에 머무르며 국내 송환 전까지 매달 평양에서 파견된 지도원들로부터 사상학습을 받아온 송씨는 지난달 24일 북한 지도원으로부터 “이남에 돌아가더라도 조국통일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이들을 포함 밀입북자 6명과 여성 유해 1구를 판문점을 통해 우리 측에 송환했다. 황모(55)씨 등 다른 3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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