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O표시 주민투표 도미노 예상
워싱턴주에서는 부결됐지만 20여개 다른 주에서는 통과될 수 있어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미국 서부 워싱턴주에서 식품에 유전자변형작물(GMO)이 포함됐는지 표시하는 주민발의 법안이 부결됐다. 5일(현지시간) 투표에 부쳐진 결과 이 주민발의522 법안에 대한 반대가 55%로 찬성 45%보다 많았다. 지지하는 표가 많이 나온 곳은 39개 카운티 중 3곳뿐이었다.
주민발의522는 워싱턴주에서 팔리는 음식과 곡물에 ‘유전자가 가공됐다’ ‘유전자 가공을 통해 제조됐다’는 표시를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발의한 사람들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음식 판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정보를 64개국이 이미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반대하는 편에서는 이 조치를 실행하는 데 비용이 들고 따라서 식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표시 제도가 GMO를 포함한 식품이 다르고 안전하지 않으며 건강에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고 우려했다.
6일 워싱턴포스트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에 따르면 워싱턴주에서는 GMO 표시 제도가 가로막혔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주에서도 잇따라 이 제도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GMO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표시제를 요구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미국 20여개 주에서 유전자가 변형된 작물을 활용했는지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지난해 이 법안을 놓고 주민투표까지 갔지만 반대 51%, 찬성 49%로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아직 어느 주도 유전자변형 재료 활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표시제도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FDA는 “GMO는 기존 작물과 기능적으로 동등하다”고 설명한다.
소노마 스테이트 대학의 데이비드 맥쿠언 정치학 교수는 이 법안이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에서는 통과되지 않았지만 다른 주에서도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식품산업이 여기에 반대하는 캠페인과 투표전에 막대한 돈을 쓸 의향이 있어 자금전이 반복되고, GMO 표시제도는 지역적이자 국가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대 영양학 교수 메리언 네슬레는 워싱턴포스트(WP)에 유전자변형 음식이 해롭다고 여기지는 않는다면서도 “GMO 표시제도는 언젠가는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식품업계가 반대 캠페인에 돈을 계속해서 지출하기 힘들다고 여기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공개된 자료를 보면 워싱턴주 주민투표에 찬성하는 편과 반대하는 쪽에서 모두 약 2700만달러를 들여 캠페인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2010만달러를 쏟아부었고 찬성 진영에서는 700만달러를 썼다. 캘리포니아 투표전에는 3700만달러가 투입됐다.
주민투표는 워싱턴에서 치러졌지만 투표 캠페인에는 미국 전역이 참여했다. 농업기업 몬산토, 화학·생명공학 회사 듀폰, 펩시코, 네슬레, 코카콜라 등이 반대 캠페인에 기부했다. 몬산토와 듀폰은 새로운 종자를 유전공학을 응용해 개발한다.
몬산토는 540만달러를 댔고 듀폰은 390만달러를 기부했다. 대형 식음료 회사는 식료품제조자협회 협회를 통해 돈을 보냈다. 펩시코는 240만달러. 네슬레와 코카콜라는 각각 150만달러를 기부했다.
반대 편 모금 기업과 개인의 수는 50이 안 된 반면 찬성 쪽은 기부 기업·개인의 수가 5500에 달했다. 친환경 제조업체인 닥터 브로너스 매직 솝이 220만달러를 냈다.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찬성 기부자의 30%는 워싱턴주에 사는 개인이었다.
GMO는 병충해에 강하거나 특정 성분을 많이 함유하게끔 생명공학으로 개량한 작물을 뜻한다. 미국 농업부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제당용 비트의 97%가 유전자가 생물공학으로 가공된 품종이고, 콩은 93%, 목화는 90%, 사료용 옥수수 90%가 GM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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