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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부실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상>… ‘세금’만 태운 유령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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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공약 지키려 너도나도 만들어… 사전검증 제대로 안돼 예산·행정력 낭비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1조127억원대의 주민소송이 진행 중인 '용인경전철', 853억원이 투입됐으나 5년째 도심 흉물로 방치된 '월미은하레일'. 토건사업 일색의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한 '디자인 서울'. 지방자치단체가 면밀한 사업 검토 없이 추진했다가 혈세만 낭비한 대표적인 부실 사업들이다. 뒤늦게 주민여론에 부딪쳐 감사원 감사며 법적책임을 묻는 사후약방문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사전에 부실정책 및 사업을 걸러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방만한 예산 집행과 행정력 낭비는 초래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의 정책 및 사업 부실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사전에 차단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및 사후 철저한 평가시스템을 갖출 수는 없는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

◆공공기관 부실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상>
지자체의 대규모 부실사업들은 대체로 지자체장이 선거 때 내건 선심성 공약이나 치적을 쌓기 위한 전시성 사업에서 출발하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며 도시브랜드 제고, 숙원사업 해결 등의 그럴싸한 명목으로 포장돼 있지만 단체장의 밀어붙이기식 사업들로 인해 시 재정이 축나고, 후임 시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애초 정책 및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단계에서부터 소홀했고, 추진과정에서도 공공기관 스스로 예산과 행정의 낭비요인을 차단할 '내부 통제 시스템'이 미흡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이유가 크다.

국내 최초의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로 만들어졌으나 부실 시공으로 853억원의 혈세를 날릴 처지에 놓인 인천 월미은하레일. 안상수 전 시장이 월미도를 관광특구로 만들겠다며 선거 공약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처음부터 부실사업이 예견됐었다. 당초 노면전차로 검토됐던 것을 국내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모노레일(Y레일 궤도) 시스템을 도입한 것부터가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6년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옛 교통공사)는 각각 관광전차사업 타당성조사연구용역을 통해 노면전차보다는 모노레일이 경제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업추진을 결정했다. 문제는 연구용역결과를 보고받은 교통공사 이사회나 시의회에서 전문성을 갖고 이를 꼼꼼히 검증하기보다는 단순한 업무보고 형식에 그쳤다는 점이다.
또 월미은하레일은 정상 운행했더라도 최소 20년간 적자가 예상돼 세금이 계속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수익성분석이 있었지만 이 부분도 검증단계에서 들춰내지 못했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 원장은 "공공기관에선 사업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결과를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연구용역이 다양한 변수를 적용해 사업적정성이나 수요예측이 나왔는지는 의문이며, 의뢰기관의 입맛에 맞는 용역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지 못하면 부실사업을 초래하는 단초가 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로 꼽히는 '디자인 서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역시 사전 검증단계인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사례다. 디자인 서울은 처음 시행할 당시 중점으로 뒀던 도시경관 개선 및 공공디자인 사업이 뒤로 밀렸고, 수천억원의 건물을 올리는 토목사업이나 시민 삶과 괴리가 큰 전시성 사업으로 변질됐다.

3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거라던 DDP 역시 각종 연구용역 보고서를 만드는 데 수백억을 쏟아붓고도 세부적인 운영콘텐츠에 대한 갈피를 못 잡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방향 전체가 바뀌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DDP 건립 전 학술용역과 사전 검증을 거친 후 방향을 정했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전례없는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학계나 전문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이 바탕이 되기보다는 '관(官)'이 주도한 사업으로 흐르면서 방향과 의미는 모두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또 부실사업이 초래된 데는 공공기관에서 자체 일상감사나 내부모니터링이 제대로 가동이 안 돼 사전 또는 사업중간에라도 부실사업이 우려될 만한 사안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검증이 안 된 사업에 대해 단체장이 밀어붙이는데도 결재라인에 있는 간부나 실무자 어느 누구도 'NO'라고 하지 못하는 게 공공기관의 구조적인 한계"라며 "더구나 중요정책이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사전감사가 미흡했고 자체 모니터링도 미진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월미은하레일의 경우 시운전 중에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교통공사와 인천시 직원들이 관리감독 소홀로 준공검사를 내줘 더욱 화를 키웠다. 하지만 사전에 직원들의 직무유기를 적발하고 책임을 묻는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자체장의 선심성 행정과 투기자본의 결합으로 탄생한 용인경전철 역시 용인시가 2004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채무무담에 대해 시의회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업자가 수요예측한 하루 이용객보다 적은 수치를 토대로 밀실협상을 통해 실시협약을 맺었는데도 당시 시의회조차 이를 몰랐고 용인시나 경기도 감사도 없었다.

이처럼 사전감사나 모니터링이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부실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것도 모든 사업이 완료된 후 법적처벌에만 매달리고 있는 방식에 그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월미은하레일의 경우 완공돼서야 발주처(옛 교통공사)에서 시공사를 상대로 부실시공에 대한 소송을 냈고 감사원과 인천시 감사가 진행돼 직원들에 대한 징계와 형사고발이 이뤄졌다"며 "지금으로선 형사고발(업무상배임)건이 결론 나야 관련 직원들을 상대로 예산낭비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천= 박혜숙·이혜영 기자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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