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내정자, 흐트러진 감사원 바로 잡을까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신뢰 회복 급선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지난 25일 신임 감사원장으로 내정됐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외풍' 논란을 일으키며 물러난 지난 8월 말 이후 꼭 두 달 만이다. 현직 법원장이 감사원장에 발탁된 것은 말 그대로 '파격'이다.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은 이전에는 전직 대법관 출신 등이 다수 기용됐을 뿐 차관급인 현직 법원장이 지명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황 내정자는 형사 분야 외에 사법, 행정 분야에도 정통하고 강단 있게 업무를 추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양 전 원장 퇴임 이후 흐트러진 감사원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 청와대가 밝힌 이번 인선의 배경이다.
양 전 원장이 퇴임식에서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말을 남기며 물러나면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 독립성 문제가 전면에 불거진 만큼 법조인 출신의 황 내정자는 최대한 중립성을 지키면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게 국정 전반에 걸친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황 내정자에게 놓인 과제는 수두룩하다. 우선 감사원이 외압에 휘둘리지 않도록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 전 원장은 퇴임사에서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의 재임 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해 내부 갈등이나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음을 강하게 풍긴 것으로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상당히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양 전 원장 시절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하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감사원 간 갈등설이 나돌기도 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오락가락 감사로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감사로 불신을 자초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발표된 1차 감사와 박근혜정부 출범 후 발표된 2차, 3차 감사가 정반대로 나온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코드감사', '정치감사'를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위원 인선에도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 지난 6월 퇴임한 김인철 전 감사위원 후임이 넉달째 공석 상태다. 황 내정자가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뒤 감사위원을 제청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의 전문성 강화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감사 분야가 날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고 있어 이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감사관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의 폐쇄성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정부부처 및 기관별 정보공개 청구 처리 현황을 보면 감사원은 정보공개 비율이 가장 낮은 기관으로 분류된다. 여야 의원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 등을 골자로 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감사원은 여전히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내년도 주요 감사계획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박근혜정부 2년차에 중점적으로 감사해야 할 분야를 빨리 정해야 감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수감기관에서도 이를 대비할 수 있다.
황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감사원장에 임명되기까지는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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