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푸대접 받던 원화가 5년 만에 '귀하신 몸'이 됐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으로 신흥국 돈값이 뚝뚝 떨어지지만 원화값은 나홀로 강세다. 달러화 대신 원화와 해당국 통화를 맞교환하는 통화스와프 계약도 한창이다.
이런 분위기는 신흥국의 돈값 하락세와 대조된다. 3분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2.4%나 절하됐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7.0% 돈값이 떨어졌다. 인도의 루피화와 터키의 리라화 역시 5% 남짓 가치가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떨어진 1055.8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11일 기록한 1054.7원 이후 최저치다. 당국의 개입이 변수지만, 머잖아 이 기록도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원화값 상승의 이면이다. 떨어지는 환율은 수출기업에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환율 효과가 수출기업에 주는 영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환율 마지노선'을 말하며 당국의 개입을 종용하지만,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11년 원화 절상에 따른 부가가치 민감도는 -0.05%로, 2005년 -0.1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영향력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수출기업의 채산성 하락을 환율 탓만으로 돌리기엔 멋쩍은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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